L투자회사에 대한 정체는 여태껏 철저한 비밀에 부쳐져 왔다. 비상장 회사인데다 롯데 특유의 비밀주의 탓에 내부 지분율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가 거의 없다. 다만 창업주인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신 총괄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한 특수목적법인(SPC)이 아니냐는 관측들만 있는 정도다.
하지만 일본 롯데그룹이 2007년 그룹 개편 과정에서 일본 농림수산성에 보고한 사업구조변경 보고서 ‘플랜 두 2008(PLAN DO 2008)’를 통해 지배구조 확인이 가능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롯데홀딩스와 롯데전략적투자를 양대 축으로 하고 있다.
롯데홀딩스는 핵심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으며 비주력 회사는 롯데전략투자를 모회사로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롯데홀딩스는 L2와 롯데를 완전 자회사로 갖고 있다. 또 L2는 롯데상사와 L3, L4, L6의 지분 100%를 확보하고 있으며, 3개투자회사가 각각 롯데아이스, 롯데물류, 일본식품판매를 완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롯데전략적투자는 L7~11을 100% 지배하고 있으며, 이들이 각각 롯데애드, 롯데리스, 롯데데이터, 롯데건강, 롯데부동산, 롯데물산 등을 흡수 분할하는 방식으로 100% 자회사로 둬 ‘롯데홀딩스-각 투자회사-사업승계회사’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형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L투자회사들은 한국 롯데그룹에서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호텔롯데에 대해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19.07%의 지분을 가진 일본 롯데홀딩스다. 하지만 롯데홀딩스 외에도 L제1에서 12까지 L투자회사들의 지분 합계는 72.65%에 달한다.
이에 따라 호텔롯데의 지배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주요주주인 L투자회사의 지분 확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아울러 이들 투자회사의 모회사인 롯데홀딩스, 롯데전략적투자의 지배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선 롯데홀딩스는 신동빈 회장의 우호지분이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을 앞서는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와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신 회장 지분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최소 50% 이상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호세력에는 신 회장 본인 지분 20%, 우리사주조합, 마쓰다 부회장, 신격호 총괄회장과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해온 일본 개인주주들도 더러 포함해 최대 70%를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은 10%대 후반인 본인 지분과 광윤사(27.65%), 우호세력인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약 1%) 지분 등을 모두 합쳐도 지분이 50%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롯데홀딩스의 의결권은 아버지가 대표인 자산관리 회사가 33%를 지닌다. 나는 2% 미만이지만 32%가 넘는 종업원 지주회를 합하면 3분의 2”라고 주장해 최대 67%라는 전망도 있다.
이러한 관측이 맞아떨어진다면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와 자회사 L2~4·L6을 통해 호텔롯데 지분을 41.99%에서 45.59%(L5 포함)까지 확보할 수 있다. 광윤사도 호텔롯데 지분 5.45%를 갖고 있으나 비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탓에 안정적인 경영권 지분 ‘50%+1’ 확보를 위해서는 나머지 투자회사 지분 확보가 절실하다.
이에 L1·L7~11 투자회사의 모회사인 롯데전략적투자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롯데전략적투자는 L1·L7~11 투자회사 집단을 통해 호텔롯데 지분을 41.93%에서 46.13%(L12 포함)까지 확보하고 있다.
롯데전략적투자는 일본 롯데그룹 내 비상장 회사와 마찬가지로 회사 규모나 주주 구성 등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현재 롯데전략적투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일본국제장학재단이 209만주를 갖고 있다.
장학재단이 가진 주식이 롯데전략적투자 전체 주식 중 일부이고 롯데홀딩스가 롯데전략적투자를 지배하고 있다면,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를 확보함으로써 일본 롯데그룹의 장악은 물론 한국 롯데그룹 경영권까지 일거에 취할 수 있다.
하지만 롯데전략적투자의 주주 구성이 신 회장에게 불리하거나 롯데홀딩스와 유사하다면,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에 이어 롯데전략적투자에서도 피 말리는 주총 표 대결을 벌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