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엔진 구글이 지배구조 개혁을 단행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이날 장 마감 후 성명에서 지주회사가 될 ‘알파벳(Alphabet Inc.)’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알파벳은 현재 회사의 주력 사업을 이끄는 구글은 물론 구글벤처스, 구글캐피털, 구글X 등을 산하에 거느리는 모회사가 된다. 특히 연구와 투자 부문이 검색엔진과 유튜브 등 웹사업으로부터 분리된다.
기업 구조 개편에 따라 경영진도 대거 자리 이동을 하게 된다. 래리 페이지가 알파벳의 최고경영자(CEO)에, 세르게이 브린이 사장에 오르는 등 구글 공동창업자 2명이 새 모회사로 자리를 옮긴다. 에릭 슈미트는 알파벳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지난 5월 모건스탠리에서 자리를 옮긴 루스 포랏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알파벳 CFO로 직함이 바뀌게 된다. 페이지의 뒤를 이어 순다르 피차이 현 구글 선임 부사장이 구글 CEO로 승진할 예정이다.
나스닥에 상장된 ‘구글’ 기업명은 ‘알파벳’으로 변경되며 이에 전체 주식도 알파벳으로 자동 이관된다. 주식 수와 권리 변경은 없다. 구글은 앞으로 수 개월에 걸쳐 알파벳으로의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주회사로서 알파벳은 내년 1월에 처음으로 실적을 발표하게 되며 투자와 연구 부문이 분리된 구글도 별도로 실적을 내놓는다. 이는 구글의 투자와 경영 상황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를 요구했던 월가의 요구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구글이 지주회사 체제로 대전환한 것은 공동창업자인 페이지와 브린이 장기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일상적인 경영활동은 신뢰할만한 전문경영진에게 맡기려는 의도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구글이 핵심사업인 검색과 인터넷, 모바일 광고와는 거리가 먼 무인자동차와 생명과학, 드론 등에 다각적으로 투자하는 데에 불만을 제기해왔다. 알파벳이 장기 투자를 전담함으로써 핵심 자회사인 구글은 주력사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페이지는 지난해 FT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은 앞으로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처럼 서로 관련이 없는 다양한 사업에 베팅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체제 개편을 예고하기도 했다.
알파벳 설립 소식에 이날 구글 주가는 나스닥거래소에서 전일 대비 0.25% 하락한 633.73달러로 마감하고 나서 시간외 거래에서는 최대 5.8%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