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간 누진제를 적용해 온 전기요금 체계가 달라질 수 있을까. 주택용 전력 소비자들이 한전의 전기요금 부과체계가 부당하다며 낸 단체소송에 대한 1심 결론이 다음달 10일 나올 예정이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8단독 김정운 판사는 정모씨 등 20명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에 대한 선고기일을 9월 10일 오전 10시로 잡았다.
이번 1심 결론은 전기요금 소송에 대한 첫 판단으로, 전국에 산발적으로 제기된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도 참고할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송의 쟁점은 누진제를 명시한 한전의 '주택용 전기공급 약관'을 불공정한 것으로 볼지 여부다. 한전은 주택용 전력에 한해 사용량에 따라 사실상 7단계의 누진제를 실시하고 있다.
정씨 등은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실질적 누진율은 일정률로 표현할 수 없고 전력사용량에 따라 각 단계별로 비약적으로 증가한다"며 "법률이 아닌 약관에 명시된 전기공급계약은 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고객의 계약자유의 원칙이 완전히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또 △누진제로 인해 주택용 전기사용자가 얻는 이익은 전혀 없는 상태로 불이익만 입고 있으며 △전기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전기요금이 변동될 수 있는 '선택요금제도'가 주택용 전력의 전기요금에만 규정돼 있지 않아 누진제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전기수요 관리 차원에서 보더라도 과다사용 억제효과는 다른 수단으로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원고 측 입장이다.
반면 한전은 "공익적 목적 달성을 위해 누진제, 계절·시간별 차등요금제 등 전기요금에 차등을 두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징수체계를 통해 저소득층을 배려하고, 전기 과다소비를 억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전기 사용자들에게 매월 발송하는 청구서와 안내자료, 신문 등을 통해 약관 내용을 공지하고 있고 △높은 누진율을 적용받는 사용자는 소수에 불과한 반면, 전체 주택용 전기사용자의 70%에 해당하는 대다수의 사용자는 원가 이하의 요금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편익을 얻고 있으며 △산업용·일반용·교육용 전기는 전력 수요가 많은 동·하계 기간에 상대적으로 높은 단가를 적용하고 있어 이를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세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법무법인 인강의 곽상언(45·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는 소송 참가자를 모집해 그 중 20명을 대리해 지난해 8월 첫 소송을 냈고, 이후 전국 법원에서 유사소송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