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발표된 내년도 예산안에는 정부가 재정건전성과 재정역할 확대 사이에서 고심한 흔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6년 예산안 사전 브리핑에서 “이번 예산 편성에서 가장 고민한 부분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재정을 확대할 것인가, 아니면 재정건전성에 중점을 둘 것인가”라며 “두 가지를 모두 포기할 수 없어서 균형점을 찾으려고 고민했다”고 말했다.
일단 정부가 선택한 균형점은 총 지출 증가율을 3%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로 2011년 이후 평균 5%대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인 것이다.
정부는 총 지출을 3%로 유지하고자 재량지출을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0.7% 줄일 계획이다. 기초연금과 공적연금 등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의무지출 비중이 2015년 46%에서 2019년 52.6%까지 높아질 것을 고려하면 재량지출을 매년 줄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과감하게 지출 구조조정을 나선 것은 국세 수입이 늘지 않은 상황에서 확장 재정을 지속할 경우에는 해마다 적자가 누적돼 정부가 갚아야 할 국가채무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인해 국가채무는 2014년 GDP대비 35.9%에서 2015년 38.5%를 기록했으며 내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40%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매년 반복되는 세수 결손을 막고자 경상 성장률을 대폭 낮춘 것도 눈에 띈다. 정부는 내년 경상성장률을 올해 6.1%보다 2%포인트가량 낮춘 4.2%로 예상했다. 최 부총리는 “정부가 이렇게 낮춰 잡은 것은 최근 몇 년 동안 지속한 세수결손 문제를 내년에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강한 정부의 의지를 포함하고 있다”고 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연구위원은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위해 그동안 과도하게 설정한 성장률과 세수 전망을 낮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이번 예산안은 재정 수지를 균형으로 맞추기 위해 지출 증가율을 줄이는 등 재정 건전성에 방점을 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