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인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남긴 말이다. 새누리당 초강세 지역인 서울 서초갑이 지역구인 그의 불출마는 다소 의외다. 서초를 비롯해 송파, 강남구 등 이른바 ‘강남 3구’에서도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재선까지는 용인되는 게 관례이기 때문이다.
그가 불출마를 선언하게 된 데까지 말 못할 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초선 의원이 이런 결심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배려에 우선 박수를 보낸다.
이로써 새누리당에서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의원이 5명으로 늘었다. 앞서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6선의 강창희 의원(대전 중구), 4선의 이한구 의원(대구 수성갑), 재선인 김태호 의원(경남 김해을), 비례대표 초선인 손인춘 의원도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모두 친박근혜 계다.
야당에서는 초선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부산 사상)가 유일하게 불출마하겠다고 했다.
한데 뭔가 뒤바뀌었다. 강창희·이한구 의원을 제외하고 대부분 초·재선이라는 점에서다.
총선 때면 어김없이 불어닥치는 ‘물갈이’ 요구는 일반적으로 3선 이상 중진급을 겨냥한다. 특히 내년 총선에선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가 여느 때보다 거셀 전망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7%가 ‘현역 의원을 물갈이 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각 당의 텃밭에 지역구를 둔 3선 이상’ 중진들이 물러서는 게 먼저다. 이들은 모두 편하게 선거를 치러온 사람들이다.
현재 여야를 모두 합쳐 3선 이상 중진 의원은 80명에 달하고 이 중 4선 이상만 30명이나 된다.
당선이 수월한 지역과 선수를 기준으로 놓고 보면 부산 영도가 지역구인 5선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역시 5선인 새정치연합 이미경 의원(서울 은평갑)이 대표적이다. 4선 그룹에선 숫자를 세기 민망할 정도로 많다. 그런데도 이미 불출마를 공언한 강창희·이한구 의원 말고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는 게 현주소다. 오히려 밥그릇을 지키는 데만 혈안이 돼 지역구를 누비는 볼썽사나운 광경만 눈에 띌 뿐이다.
물론 지역과 선수만으로 퇴진을 요구하는 건 옳지 않다. 중진 의원 중에는 다양한 경험과 정치적 노하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의 지혜는 당을 위해서도, 나라를 위해서도 잘 활용하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는 것 또한 선배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이다. ‘열정과 능력이 뛰어난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애국’이라는 말은 초선의 입에서 나올 것이 아니었다. 중진들은 지금이라도 스스로 돌아보고 거취를 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