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독일)이 핵합의 내용 이행에 들어가면서 이란의 국제 원유시장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를 이유로 내년 국제유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이는 저유가 기조가 장기화할 것임을 의미한다.
무디스는 19일(현지시간) 2016년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종전의 배럴당 57달러에서 53달러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52달러에서 48달러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고 CNBC가 보도했다. 다만 2017년는 브렌트유, WTI 가격 모두 각각 배럴당 7달러씩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이 역시 종전 전망치보다 5달러 낮춰잡은 것이다.
무디스의 스티브 우드 기업금융 부문 책임자는 “유가는 예상보다 오래 저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며 “대규모 재고와 공급 과잉 지속이 유가 상승세를 장기적으로 압박할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되는 저유가로 인해 관련 기업의 자본지출이 감소해 공급은 줄어들 것이나 이란의 원유시장 복귀는 내년 유가를 추가로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이란과 주요 6개국은 핵합의 이행에 돌입했다. 지난 7월 타결된 핵합의인 포괄적 공동계획행동(JCPOA)을 유엔 안보리가 승인한 지 90일이 되는 이날에 맞춰 각 당사국은 계획대로 (핵합의)이행 조치에 착수했다. 핵합의의 골자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대가로 주요국들이 대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것이다.
유엔 산하기관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핵시설 사찰에 착수했고, 합의를 주도한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국무부 등 관련부처에 대(對)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유럽연합(EU)도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경제제재를 해제하기 위한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
이란은 경제제재가 풀리면 6개월 안으로 원유 수출량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이란의 일일 원유 생산량은 280만 배럴로, 오는 2021년에는 470만 배럴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가뜩이나 공급 과잉인 상황에서 이란까지 더해지면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원유시장 복귀를 앞둔 이란 정부는 유가를 적정 수준인 배럴당 70~80달러로 맞추려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OPEC은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시장 내 점유율 유지를 위해 산유량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OPEC의 공식 산유량은 16개월 연속 목표 산유량을 초과했다. 국제공통석유데이터(JODI)에 따르면 OPEC 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재고량은 지난 8월 3억2660만 배럴로 2002년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