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외교정책은 위험한 줄타기?…중국과는 ‘밀월’ㆍ미국과는‘특수’ 관계

입력 2015-10-2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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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對 중국 외교‘오스본 독트린’로 변화…“아첨의 대표적인 사례…번영의제가 가치의제 잠식”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왼쪽에서 3번째) 여사가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도착해 4박5일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사진=신화/뉴시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왼쪽에서 3번째) 여사가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도착해 4박5일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사진=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문으로 드러난 영국의 대(對)중 구애가 미국과 중국 사이의 ‘위험한 줄타기 외교’라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의 한 고위 관리는 19일(현지시간) “미국 관리들이 영국의 중국 사로잡기에 불편해하고 있지만, 정보교환이나 중요한 다른 것들에서 치르는 구체적인 대가는 아직 없다”고 영국 BBC방송을 통해 전했다.

이는‘특수관계’ 인 미국의 중국 견제 속에 나온 중국에 대한 영국의 구애가 미-중 사이의 위험한 줄타기라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시 주석의 영국 국빈방문에 대해 “황금시대(golden era)에 있는 양국 관계에 매우 중대한 순간”이라며 양국의 밀월 관계를 과시했다.

BBC는 “함께 뭉치자. 그리고 황금 10년을 만들자”는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의 ‘오스본 독트린’이 영국의 대중 외교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오스본 독트린’은 영국이 중국의 서방 최고 파트너로 부상하고 향후 10년 내 중국을 영국의 제2의 교역국으로 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시 주석이 방문하는 올해를 ‘황금연도(golden year)’로 삼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 중국은 영국 교역국 중 6위다.

오스본 재무장관은 “현재 중국 경기가 둔화세를 겪고 있지만, 여전히 전 세계 경제 성장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는 5년 후 영국 만한 규모의 경제를 창출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경제는 성숙단계에 오르고 있으며 더욱 많은 서비스를 흡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비스 영역은 영국이 수출 경쟁력을 지닌 분야이기 때문에 황금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선 중국으로의 영국 외교 전략 이동이 전통적인 우방국인 미국의 비위를 건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변화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백악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프랑스가 미국 전통 우방인 영국의 자리를 대체하느냐”라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영국을 ‘딸’에 비교하며 “나에게는 두 딸이 있고 둘 다 멋지고 훌륭해 둘 중 누구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캐머런 총리 역시 “오바마 대통령은 양국 정상 간의 특별한 관계가 어느 때보다 단단하다고 말했고 나도 이에 동의한다”며 미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증명했다. 이런 영국이 투자유치를 위해 중국과의 밀월관계 형성에 힘쓰는 것이다.

특히 영국이 중국에 내주려는 인프라가 원자력발전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영국 정보 당국 수장들은 “중국이 영국의 원전을 건설하는 것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 인권에 대한 침묵 역시 중국과의 관계에서 ‘번영의제’가 ‘가치의제’를 침해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 정부의 한 전직 고위관계자는 “(중국에 대한 영국의 외교정책은)아첨의 대표적인 사례이며 이는 앞으로 분명히 문제가 될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밝혔다.

미국 정책 당국 자문위원 역시 “지금 중국이 전 세계에서 진정으로 영향력이 있는 단 한 곳을 꼽으라며 그건 바로 ‘영국’”이라며 비난했다.

한편 영국 안에서도 대중국 외교 변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붉은 자본주의’ 공동저자인 프레이저 호위는 “중국은 미국의 최고 동맹인 영국이 자신에게 잘 보이려고 아첨하고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을 즐기고 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런던대 동양아프리카연구학원(SOAS)의 마이클 혹스 중국연구소장은 “유럽과 미국이 이념적으로 차이가 있을 때도 영국은 미국편이었다”며 “그런데 지금 캐머런 총리는 ‘다른 유럽국이나 서방과의 문제가 있더라도 우리(영국)는 당신(중국)편’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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