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thriller)’가 질주하고 있다. 과거 범죄 스토리에 국한됐던 스릴러는 이제 액션, 코믹, 멜로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면서 극장가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으며 흥행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성공한 스릴러의 매력은 무엇일까.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누적 관객 수 612만명(이하 영화진흥위원회 통합 전산망 기준)을 기록하며 1000만 영화가 즐비한 올해 개봉작 중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매튜 본 감독의 ‘킹스맨’은 청소년 관람 불가라는 제한적 관객 동원 환경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흥행 스코어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스릴러의 힘이 있다. 영국 런던 뒷골목을 헤매던 청년이 일급 비밀정보요원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낸 ‘킹스맨’은 B급 코믹 터치라는 신선한 연출로 주목받았고, 이를 뒷받침해 준 것이 액션 스릴러 장르의 구성이었다. 얼핏 가볍게 보일 수 있는 구성에 스릴러의 묵직함이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된 평가다.
과거 간헐적으로 제작된 스릴러 장르 영화는 이제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 점은 10월 개봉한 한국영화의 면면을 봐도 알 수 있다. 8일 개봉한 이선균 주연의 ‘성난 변호사’는 반전을 거듭하는 법정 스릴러로 몰입을 높였고, 23일 현재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2일 개봉한 손현주 주연의 ‘더 폰’은 ‘1년 전 살해당한 아내가 전화를 걸어왔다’는 파격 소재로 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또 22일 개봉한 조정석의 ‘특종: 량첸살인기’와 28일 개봉하는 주원의 ‘그놈이다’도 스릴러 장르의 신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극장가에서 가장 사랑받은 스릴러물은 무엇일까. 먼저 2003년 개봉해 한국 스릴러물의 새 지평을 연 ‘살인의 추억’을 빼놓을 수 없다. 1986년 경기 화성에서 발생한 연쇄살인 실화를 극화한 이 작품은 525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살인의 추억’은 스릴러 작품이 단순히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상징적 의미로 남았다.
2008년 개봉해 504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추격자’ 역시 범죄 스릴러 장르의 유행을 선도했다. 이들의 계보를 이어 560만명으로 최고 관객 기록을 세운 스릴러의 대표작은 2013년 개봉한 손현주의 ‘숨바꼭질’이다. ‘숨바꼭질’은 범죄 스릴러를 선호하던 국내 극장가에 현실 밀착 스릴러의 시대를 열었고, 귀신이 주요 소재였던 공포물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스릴러 열풍은 이제 안방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7일 첫 방송된 문근영 주연의 SBS 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은 ‘시체’와 관련된 마을사람들을 추적, 평범하지 않은 마을의 비밀을 밝히는 스릴러다. 벌써부터 사랑이야기가 주를 이루던 미니시리즈 장르의 폭을 넓혔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앞서 ‘싸인’(2011), ‘추적자 THE CHASER’(2012), ‘신의 선물-14일’(2014), ‘나쁜 녀석들’(2014) 등 전통적으로 이어진 스릴러 드라마의 명맥은 ‘웰메이드 드라마’로 직결되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