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그룹이 136억원의 부채가 있는 부실회사를 단돈 16만원에 인수했다. 장세욱 부회장이 5개월전 경영권을 인수, 구조조정에 나선 상황이어서 이번 인수가 '묘수'가 될지, '악수'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의 자회사인 인터지스는 지난 9월 9일 오용범 동진 대표이사로부터 이 회사 지분 100%(16만주)를 주당 1원, 총 16만원에 사들여 부산 감천항에 위치한 중앙부두 운영권을 확보했다. 이후 동진은 동국제강그룹에 계열편입됐으며, 이름을 인터지스중앙부두로 바꿨다.
인터지스는 부산항 벌크 하역사업에 진출해 추가 성장 동력 발판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부산·인천·포항·당진·마산 등 전국 주요항만에서 벌크부두를 운영하고 있는 인터지스가 동진 인수를 통해 벌크 하역사업을 더욱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인터지스는 100억원이 넘는 부채를 떠안게 됐다. 부산의 감천부두를 운영하는 동진은 오랫동안 지속된 영업적자로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산 94억원, 부채 136억원, 누적결손금이 49억8900만원에 달하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금융권에 따르면 동진은 최근 금융권 연체가 발생해 더 이상 회사를 회생시킬 수 없을 정도의 재무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동국제강그룹 입장에서는 136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중앙부두 운영권을 확보했으며, 동진 매각자인 오용범 대표이사 입장에서는 단돈 16만원에 부채를 탕감한 셈이다.
장 부회장과 오 대표이사는 부산을 근거지로 활동한 경제인이다. 장 부회장은 지난해까지 부산에 공장을 둔 유니온스틸 경영을 맡아오다, 올해 1월 유니온스틸이 동국제강에 흡수합병되면서 동국제강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오 대표이사는 이용수 유니온스틸 부사장 등과 함께 부산상공회의소 상임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인터지스 관계자는 “인터지스는 여러 지역에서 항만을 운영하고 있는데 감천부두에서 벌크하역에 있어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인수를 하게 됐다”며 “인수 직전까지 동진의 부채가 많아 그것을 대납해주는 조건이기 때문에, 인수금액이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장 부회장은 1962년생으로 고(故) 장상태 동국제강그룹 회장의 차남이자 장세주(62) 동국제강 회장의 동생이다. 지난 5월에 장 회장이 구속기소되면서 6월 단독대표체제로 올라선 장 부회장은 자산매각 및 구조조정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