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사를 통틀어 이보다 큰 충격이 있었을까. 지난 2011년 5월, 프로축구 선수들의 승부 조작 사건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당시 창원지검은 불법 스포츠 도박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지방 도시민 구단의 현역 선수 2명을 체포했다. 그러나 사태는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수사가 거듭될수록 연루자들은 늘어났고, 이들은 줄줄이 법적 처벌을 받았다. 결국 프로축구 승부 조작의 광풍 속에서 그해 50여명의 전·현직 선수들이 검찰에 기소됐다. 이에 K리그는 선수자격 영구 박탈이라는 철퇴를 내리며 사태를 수습했다. 징계를 받은 선수들은 이후 다양한 방식으로 그라운드 복귀를 노렸지만 차가워진 여론은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역처럼 여겨졌던 농구판은 강동희 전 동부 감독의 승부 조작으로 희대의 도박판으로 전락했다. 강동희 전 감독은 지난 2013년 3월, 브로커의 부탁으로 승부를 조작한 뒤 그 대가로 수고비를 챙긴 혐의로 징역 10개월과 추징금 4700만원을 선고받았다. 최근 검찰에 송치된 전창진 전 KGC 감독은 베팅한 경기 후반에 후보 선수들을 투입해 고의적으로 패배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지난 2013년 강동희에 이어 두 번째 승부조작 불명예를 안게 된다.
최근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간판투수 안지만, 윤성환, 임창용은 해외 원정도박을 한 혐의로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프로야구 시즌이 끝난 뒤 마카오에 위치한 카지노에서 수억원대 도박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야구에서의 불법 도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8년에는 무려 26명이 불법 인터넷 도박 사건에 연루된 일이 있었다. 그중 10여명의 선수가 삼성 소속이었다. 2012년에는 LG 트윈스의 에이스 박현준이 경기 조작 혐의로 KBO리그에서 영구 제명됐다. 박현준은 당시 법원으로부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 받았고, KBO 징계위원회는 영구 제명 중징계를 내렸다.
프로배구도 성역은 아니다. 프로배구는 같은 해 2월 승부조작으로 인해 전·현직 선수 16명이 영구 추방되는 사건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