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이동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은행들이 ‘집토끼’를 사수하기 위해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클릭 한 번으로 간편하게 주거래 은행 계좌를 이전할 수 있는 계좌이동제에 대한 소비자의 뜨거운 반응만큼 은행 별로 강점을 내세운 상품을 출시해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가족 할인은 ‘신한’… 기러기 아빠라면 ‘기업’ = 은행들은 패키지 상품으로 주거래 통장뿐만 아니라 적금과 대출, 카드 등의 혜택을 동시에 제공하는 것은 물론 수수료 면제에 우대금리까지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계좌이동제에 대비해 기존 입출금 통장 상품에 금융 혜택을 가족이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추가해 ‘신한 주거래 온 패키지’를 출시했다.
금융혜택 가족 공유 서비스는 고객이 요건을 충족하면 자신을 포함해 최대 5명의 가족까지 각종 수수료 면제와 우대금리 혜택 등을 제공한다.
해외에 송금할 일이 잦은 ‘기러기 아빠’나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IBK기업은행의 ‘IBK평생한가족통장’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다.
입출식·적립식·거치식 예금으로 구성된 이 상품은 입출식 통장에 각종 수수료 면제와 환전·송금 시 환율 우대 혜택을 준다. 적립식 예금에는 0.3%포인트, 거치식 예금에는 0.1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각각 적용한다.
우리은행은 주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통신비, 아파트관리비 출금 전용 대출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주거래 통신·관리비통장대출’을 내놨다. 이 상품은 연체가 잦은 지출비용에 대해 자동납부일에 통장 잔액이 부족한 경우 마이너스 통장방식으로 출금토록 한 것이 특징이다.
급여·연금이체, 아파트관리비 및 공과금 자동이체 등 우리은행 주거래 요건 중 2개 이상 충족하고 신용카드 1년 이상 보유, 일정 신용등급 이상인 고객이면 누구나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자산 많으면 ‘씨티’… 자영업자는 ‘하나’ = 한국씨티은행은 자산을 모을수록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씨티 자산관리 통장을 출시했다.
이 통장은 한국씨티은행에 예치한 예금, 펀드 등 자산 운용의 규모가 커질수록 최저 연 0.1%부터 최고 연 1.7%까지 은행 거래실적에 따라 점차 높은 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이다.
공과금 이체나 KB카드 결제 실적이 있는 금융 소비자라면 KB국민은행을 이용하는 것이 적합하다.
‘KB국민ONE통장’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으로, 공과금 이체나 KB카드 결제실적이 1건만 있어도 자동이체 등 수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와 함께 KB국민은행은 통장·카드·적금·대출로 꾸려진 패키지 'KB ONE 컬렉션'출시했다.
KEB하나은행은 신용카드 가맹점주와 일반사업자 등 개인사업자에게 다양한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는 ‘사업자 주거래 우대통장’을 내놨다.
신용카드 가맹점주는 이 통장을 신용카드 매출대금 입금계좌로 지정하기만 하면 인터넷뱅킹 타행이체 거래 등 대부분의 은행 거래시 수수료가 무제한 면제된다. 일반사업자도 기본요건인 월평균 잔액 50만원을 유지하고 공과금 2건 이상을 자동이체 등록하면 대부분의 은행거래 수수료가 무제한 면제된다.
◇과다 출혈 경쟁 우려… “내게 맞는 상품 찾아야” = 계좌이동제에 대한 부작용 우려도 있다. 금융회사가 주거래 고객을 통해 안정적으로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하는 것에 치중하다 과열 및 출혈 경쟁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것. 특히 금융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어 금융시장이 혼탁해질 가능성도 존재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은행들이 계좌이동제에 대비해 내놓은 상품들 대부분은 주거래 고객에게 금리 우대와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을 앞세우고 있다.
금융 소비자들이 금융사가 앞다퉈 내놓는 특화 상품의 혜택에 솔깃해 섣불리 계좌를 이동하게 되면 오히려 현재 누리고 있는 대출 우대금리 등의 혜택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의 수수료 면제 혜택과 우대금리에 현혹될 수 있지만,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굉장히 소소한 혜택에 불과할 수도 있다”면서 “주거래 계좌를 옮길 때의 실익을 정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이 꾸리고 있는 포트폴리오를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