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근속연수 18.6년, 연평균 급여 1억100만원.
KB국민, 신한은행 등 7개 시중은행 남자직원의 평균 임금 구조다.
무늬만 성과급인 은행원의 임금체계는 소위 ‘철밥통’으로 요약된다. 튼튼하고 깨지지 않는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연차가 늘수록 급여가 함께 올라가는 안정된 형태의 연공형 임금구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전체 산업의 임금 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금융산업의 임금 수준은 139.4%다. 은행 직원은 일반 산업 근로자들에 비해 약 40% 가량의 급여를 더 챙긴다는 의미다.
진짜 문제는 급여 수준이 높으면서도 성과에 따른 평가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금융산업 내 호봉제 도입 비율은 91.8%에 달한다. 전체 산업이 60.2%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월등하게 높은 수치다.
은행권은 각 은행별로 성과급 기준을 마련해 적용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은행권의 임금과 성과급 체계는 다른 산업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체적으로 은행 일반직원(부지점장 미만)의 경우 기본적인 지급체계는 호봉제다. 기본급인 본봉에 직무수당과 성과급이 추가로 지급되는 형식이다. 본봉은 연공서열형 호봉 테이블에 따라 일률적으로 지급된다. 성과급은 지점 성과에 따라 5∼7등급으로 나눠 차등 지급된다.
성과급의 기준에 개인성과의 반영 비율은 매우 미미하다. 개인의 역량이 부족해도 지점 성과에 좌우되는 경향이 높다. 이마저도 기본 지급체계 자체가 호봉제이기 때문에 매년 연차가 쌓일 때마다 비례해 임금이 저절로 상승하는 구조는 여전하다.
다만, 지점장이나 부지점장 등 관리자급으로 진급하면 지급체계는 연봉제로 바뀐다. 성과급은 지점성과와 영업본부의 성과를 합산해 개인별 지급기준을 확정하고, 등급을 나눠 차등으로 지급한다.
금융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고임금체계 개편 주문을 강하게 몰아붙이는 형세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7일 10개 시중은행장들에 은행권 성과주의 확산 문제를 언급한 데 이어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지난 5일 열린 금융경영인 조찬강연회에서 비슷한 내용을 언급했다.
특히 최근 저금리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하락, 핀테크 도입 등으로 갈수록 은행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성과주의 연봉제 도입은 필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올해 은행권 임단협 협상에서 성과주의에 기반을 둔 연봉제 협상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