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철강업계의 불황과 맞물려 2년째 팔리지 않는 동부제철을 일괄 매각에서 당진공장 분리 매각과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한 경영권 매각 등 2가지 방향으로 선회했다. 동부제철이 자력으로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자 매각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부제철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매각 주관사 선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입찰제안요청서(RFP)를 재발송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10여 개의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를 처음으로 발송했으나 수용한 곳은 없었다.
동부제철은 지난 상반기 말 기준으로 자기자본(지본총계)이 자본금보다 1082억원 적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3849억원 초과했다. 올해 감사보고서 제출 시점인 내년 2~3월까지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폐지가 불가피하다.
이에 정부와 채권단은 조속한 매각을 통해 철강업계 전반의 회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분리매각과 유상증자를 추진키로 했다. 제3자 유상증자 참여 방식으로 경영권을 매각할 경우 낮은 수익성과 노후된 설비로 매력이 떨어지는 인천공장을 분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수자가 신규 자금을 공급하는 형태로 동부제철 신주를 사들여 동부제철 최대주주로 등극하는 방식이지만, 원하는 자산만 인수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분리매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채권단은 특히 잠재적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공식적으로 인수를 거절하면서 해외자본의 제3자 유상증자 참여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유증 규모는 경영권을 넘기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이번 주 중으로 주관사 선정을 마무리할 예정인데, 해외 쪽을 아는 외국계에 높은 점수를 주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철강업황 개선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해외업체들이 동부제철에 적극적 관심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채권단은 이와 함께 동부제철이 1조원을 투자해 설비를 보강한 당진공장 전기로와 열연공장의 미래 가치가 높다는 점에서 분리 매각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체도 캐파가 넘쳐나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가 좋지 않은 국내 업체들의 장점은 기술력인데, 동부제철이 그 정도의 메리트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