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운드리(위탁생산)의 선두주자인 대만 혼하이정밀이 ‘애플 하청업체’라는 꼬리표를 떼겠다는 각오로 새 사업에 뛰어들었다. 혼하이의 금융서비스 사업 ‘폭스콘 파이낸셜 서비스 플랫폼’이 베일을 벗었다고 1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애플의 최대 하청업체인 혼하이는 지난 1년간 비밀리에 금융서비스회사 6곳을 중국에 설립해 전자부품업체들에 대출과 기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폭스콘 파이낸셜 서비스 플랫폼의 잭 리 매니징 디렉터는 “우리는 틈새시장 강점을 갖고 있다”며 “부품업계가 우리의 고객이기 때문에 이들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혼하이는 산하 폭스콘을 통해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생산해왔다. 그러나 전자제품 위탁생산(EMS) 사업은 마진이 매우 박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사업 다각화를 모색해야 했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800달러(약 94만원) 후반대인 아이폰을 조립 생산하고 받는 수수료는 전체 제품 가격의 1% 미만에 불과하다. 혼하이가 매출의 절반을 애플과의 거래로 벌어들이고 있음에도 부품 직접 제조, 전자상거래, 로봇, 금융서비스 등 마진이 높은 사업 진출을 추진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중국에서는 텐센트와 알리바바그룹 등 IT 기업이 잇따라 금융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혼하이는 이들 업체와 달리, 일반 소비자가 아닌 전자부품업체를 공략 대상으로 삼은 것이 합리적인 접근이라고 WSJ는 평가했다. 혼하이는 중국에 생산 거점을 둔 세계 최대 EMS 업체로 중국 안팎의 전자부품 공급망 대부분과 관계를 맺고 있다.
폭스콘 파이낸셜 서비스 플랫폼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거래액이 10억 위안(약 1830억원)을 넘었으며 100개 이상의 기업에 대출을 제공했다. 현재 대출잔고는 약 5억 위안이다.
잭 리 매니징 디렉터는 “현재 혼하이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지만 수년 내 대출 채권을 증권화해 다른 투자자도 유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5년 안에 기업공개(IPO)를 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혼하이 공급업체에 대한 자금 제공을 시작으로 금융사업에 참여했는데, 이를 다른 업체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며 “수 년 이내에 개인에게도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혼하이는 3억 위안 규모의 사모펀드 설립에도 착수, 이 펀드를 통해 중국 스타트업에 출자할 계획이다. 회사는 중국에서 융자 제공과 보증, 시설 임대, 팩터링(채권 관리, 회수) 등에 필요한 면허를 모두 확보한 상태다.
옹쯔룬 S&P캐피털IQ 애널리스트는 “혼하이가 공급망을 위한 금융서비스 등 사업을 확대하는 이유는 애플에 너무 의존하면서 생기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회사는 애플로부터의 주문량이 둔화하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 이는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