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또다시 밀실·졸속으로 얼룩지고 있다. 쟁점은 많은데 심사 기한은 얼마 남지 않아서다.
올해 처음으로 시행하는 자동부의제에 따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30일까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심사 진행 상황과 상관없이 내달 1일 오전 0시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자동 상정되더라도 법정 시한인 2일까지 심사를 계속해 수정안을 올릴 수 있지만, 그래 봐야 남은 시간은 일주일이 채 안 된다.
예결위 관계자는 26일 “원래 계획대로라면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에서 지난주에 감액 심사를 끝내고 이번 주에 증액 심사를 하고 있어야 했다”면서 “그러나 쟁점도 많고 사사건건 부딪치는 것도 많아 일정상 증·감액 사업을 동시에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보류된 쟁점 예산들은 어김없이 ‘심사보류 소소위’로 넘어간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소소위는 여야 의원 1명씩 2명으로 구성됐다. 논의 자체가 비공개인 데다 속기록도 남기지 않아 예산이 어떻게 늘고 줄어들었는지 알 길이 없다. 그런데도 실제 예산의 증·감액 조정폭은 공개회의보다 소소위에서 이뤄지는 규모가 커 부실 논란을 피할 길이 없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현실상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 예산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예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소소위 논의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소소위는 지난주 예산안조정소위의 감액심사에서 감액 여부가 보류된 207개를 놓고 협상 중이다. 새마을운동,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조성 등 대통령 공약 관련 사업과 경찰의 살수차 구매, 노동개혁과 관련한 구직급여, 교과서 국정화, 정부 특수활동비, 4대강 사업 등이 쟁점이다.
현재까지 소소위에서 삭감을 확정한 규모는 소위에서 삭감한 43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소위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예산은 예결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김성태·새정치연합 안민석 의원이 일괄 타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