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다른 성향의 두 선수가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지배했다. 전인지(21ㆍ하이트진로)와 박성현(22ㆍ넵스)이다.
전인지는 KLPGA 투어 5승을 달성하며 다승왕과 상금왕 최저타상, 대상을 차지했고, 박성현은 혜성처럼 나타나 장타를 앞세운 ‘닥공’ 플레이로 3승을 차지, 내년 시즌 국내 1인자 자리를 예약했다.
무엇보다 투어 흥행의 일등공신이었다. 전인지와 박성현의 팬클럽 ‘플라잉덤보’와 ‘남달라’ 회원들은 매 대회마다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며 대회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올 시즌 KLPGA 투어를 이끈 최고의 플레이어들이라 말할 수 있는 이유다.
두 선수의 맹활약으로 함박웃음을 터트린 사람들도 있다. 두 선수의 장비를 책임지고 있는 삼양인터내셔날이다. 핑골프 클럽을 수입ㆍ판매하고 있는 이 업체는 벌써 수년째 전인지와 박성현 클럽 일체를 후원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두 선수의 활약을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두 선수가 올 시즌 국내외 투어에서 달성한 우승은 11승으로 획득 상금을 모두 합하면 30억원이 넘는다.
전인지와 박성현의 맹활약은 핑골프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적지 않은 힘을 보탰다. 이들이 사용한 G30 드라이버는 ‘전인지ㆍ박성현 드라이버’로 통한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우원희 핑골프 기술팀 부장은 이들의 뒤에서 사용 클럽을 관리ㆍ지원하며 필드 위 최상의 퍼포먼스를 이끌어냈다. 전인지, 박성현 신드롬의 숨은 공신이다.
우 부장은 “전인지와 박성현은 전혀 다른 성격을 지녔다”며 “전인지가 진중한 성격이라면 박성현은 모험심이 강한 타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 부장은 “예를 들어 핑골프 신 모델 클럽을 대하는 태도도 전혀 달라서 전인지는 자신이 사용하는 모델 외에는 쳐다보지도 않는 반면 박성현은 이것저것 다 쳐보면서 어렵지 않게 클럽을 교체하는 타입이다”라고 말했다.
한때 서로에 대한 오해와 불신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전인지는 올해 초 어깨 부상 여파로 헤드스피드가 저하됐다. 당연히 비거리도 줄었다. 하지만 줄어든 비거리는 클럽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올해 초 제주도에서 열린 국내 개막전 롯데마트 여자오픈을 공동 19위로 마친 전인지는 두 번째 대회인 삼천리 투게더 오픈에 비장한 각오로 출전했다. 하지만 클럽에 대한 불신을 털어내지 않는 한 좋은 성적은 장담할 수 없었다.
우 부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가 고비였던 것 같다. 대회 전에 전인지 프로를 만나 드라이버를 꼼꼼히 점검했고, 충분한 대화도 나눴다. 그리고 스윙 테스트 결과 헤드스피드가 떨어져 있음을 확인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우 부장은 “대회장에서도 전 프로의 아버지와 함께 18홀을 돌며 플레이를 지켜봤다. 클럽에 대한 오해가 풀려서인지 경기도 잘 풀렸다. 다행히 그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장타왕 박성현과의 만남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2부 투어에서 처음 봤는데 그때는 노랑머리였다”며 “비거리를 난발하는 느낌이었다. 드라이브샷 방향성은 물론이고 쇼트게임도 문제가 많았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라고나 할까.”
2013년 드림투어 상금랭킹 1위에 오른 박성현은 세간에 주목을 받으며 정규투어에 데뷔했다. 그러나 박성현은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치며 관계자들을 실망시켰다. 이에 대해 우 부장은 “드라이브샷 OB가 많았다. 시드는 유지했지만 기대했던 모습은 아니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우 부장은 “선수들을 믿는 편이다. 어릴 적부터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였고, 우승을 한 번만 한다면 분명히 좋은 모습으로 발전할 거라 생각했다”며 “올해는 박성현 프로가 개인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겠지만 클럽 헤드 교체도 한몫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박성현이 올해 초 새롭게 장착한 드라이버 헤드는 G30의 LST 모델이다. 로우스핀의 헤드스피드가 빠른 사람에게 적합한 모델로 고질적인 드로우 구질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게 우 부장의 설명이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두 스타플레이어는 올 시즌 무성한 이야기꺼리를 만들며 투어 흥행을 이끌었다. 끊임없는 신뢰를 바탕으로 힘을 실어준 기술팀 관계자들의 숨은 노력이 곁들여진 합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