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불발 후폭풍에 유가가 연일 거의 7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갈수록 비관론이 힘을 얻는 형국이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간) 애널리스트들이 내년 1분기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평균 48달러, 영국 런던에서 거래되는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51달러에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비OPEC 국가들의 투자 축소에 따른 산유량 감소와 글로벌 수요 증가 등을 이유로 유가 회복을 낙관했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그러나 OPEC이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공급과잉 불안이 확산돼 비관론이 부쩍 커지고 있다. 내년 6월 총회에서도 OPEC이 감산에 합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평가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 주요 회원국들은 러시아와 같은 비OPEC 국가가 동참하기 전까지 감산은 없다는 강경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내년 핵협상 타결로 국제원유시장에 복귀하는 이란은 산유량을 하루 약 50만 배럴 증산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엘니뇨 현상이 북반구 난방연료 수요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 등 월가 주요 은행들은 내년에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원유시장의 공급과잉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엘니뇨에 따른 이상기후로 따뜻한 겨울이 나타나면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의 아브히섹 데쉬판드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이 지난 7~8월 이후 계속해서 유가 전망을 낮추고 있으며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롱(매수)포지션에 뛰어들 기회를 노리고 있으나 유가가 바닥을 치기까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말에 원유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다소 균형을 찾을 수 있겠지만 전 세계 원유재고가 아직도 높은 수준이어서 유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다음 주 9년 만에 첫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돼 강달러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도 유가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