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억원 대 조세포탈과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현(55) CJ그룹 회장의 운명이 내일 결정될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이원형 부장판사)는 15일 오후 1시 이 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을 연다. 검찰은 지난달 1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5년에 벌금 1100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내일 열리는 선고공판에서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검찰이 재상고하지 않을 경우 이 회장은 자유의 몸이 된다.
이 회장의 운명은 재판부가 배임액을 얼마로 산정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9월 이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가중처벌되는 특경가법이 아닌 일반 형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회장은 2007년 일본 도쿄의 팬재팬(Pan Japan)을 통해 빌딩을 구입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CJ그룹 일본 법인이 4700만엔(약 323억 6526억원)의 연대보증을 서도록 했는데, 검찰은 이 액수가 모두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심과 2심의 재판부도 검찰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CJ일본법인이 연대보증을 설 당시 대출구조상 원리금을 정상적으로 상환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출금 채무 전액을 고스란히 기업의 ‘손해’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검찰은 대출금 전액이 고스란히 배임액수가 된다는 입장이다. 배임죄는 실제 손해가 없이 손해의 위험만 있어도 성립할 수 있고, CJ일본 법인이 사업과 관련없는 이 회장 개인의 부동산 투기에 보증을 서 채무보증을 선 자체로 손해를 입었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 회장 측은 배임죄의 요건인 ‘재산상 손해’는 실제로 발생할 위험을 말하는 것이지, 막연한 가능성 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회장 측이 구입한 빌딩의 임대료 수입만으로도 원리금을 상환하는 게 가능하고, 대법원 판결도 바로 이런 점을 이유로 배임액을 다시 산정하라고 판결한 것이기 때문에 혐의액수는 줄어들어야 한다는 게 변호인단의 논리다.
이 회장의 건강 상태를 재판부가 고려할 지 여부도 변수다. 이 회장의 변호인은 결심공판에서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샤르코 마리 투스(Charcot-Marie-Tooth , CMT) 병을 앓고 있어 정상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 회장의 건강 상태를 양형에 참작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실상 시한부 상태인 이 회장은 수감된다면 영구적인 보행장애를 겪을 수 있고, 생명에도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이 회장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