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지난해만 해도 삼성에서 퇴직한 임원들이 재취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삼성 출신 임원이 한꺼번에 몰리고, 업황도 나빠지면서 재취업 문이 좁아진 것 같습니다.”
헤드헌팅 업계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처럼 삼성 출신 임원의 재취업난이 유독 올 연말에 심화되고 있다.
15일 헤드헌팅 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한때 재취업 시장에서 최고 대우를 받았던 삼성 출신 임원들이 최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그룹이 이달 초 단행한 ‘2016년 정기인사’에서 최소 400~500명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임원들이 갈 곳을 정하지 못한 채 구직활동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에서 퇴직한 한 임원은 “당장 고문역으로 있어 급한 상황은 아니지만, 시간을 쪼개 갈 곳을 알아보고 있다”며 구직활동 상황을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A 헤드헌터 K 대표는 “삼성 퇴직 임원들은 기본적으로 협력사로 이동하고 일부만이 헤드헌터를 통해 자리를 알아본다”며 “올해의 경우 상당수가 협력사로 이동하지 못하고 우리쪽(헤드헌터)에 의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삼성전자 매출이 줄면서 납품 협력사도 같이 어려워져 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은 것 같다”며 “더욱이 올해는 많은 임원들이 한꺼번에 재취업 시장에 나오면서 취업 문이 더 좁아졌다”고 덧붙였다.
B 헤드헌터 K 이사도 예년에 비해 나빠진 상황을 얘기했다. 그는 “예전에 삼성 출신이라면 영역 구분 없이 다 받아줬지만, 요즘에는 삼성 출신이라도 전문영역에서 뛰어난 능력이 없으면 재취업하기 힘든 시절이 됐다”고 귀띔했다. 특히 올해 퇴직자 중에는 고문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임원 2년차에 회사에서 밀려난 경우가 많아 재취업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는 게 K 이사의 평가다.
재취업 문이 좁아졌어도 그나마 삼성 출신 임원의 선호 현상은 여전히 높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C 헤드헌터에서 15년째 근무 중인 L 이사는 “경기가 나빠지고 구조조정 폭이 커지면서 삼성을 비롯한 명퇴자들이 구직난에 시달린다는 얘기가 나온 것 같다”며 “그럼에도 삼성 출신은 항상 영입 대상 1순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의 법인이나 지사들도 꾸준히 삼성 출신 임원을 선호하고 있다”며 “예전만 못하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여전히 포지션 구분 없이 삼성 출신이라는 효과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 출신의 재취업난은 올해에만 생긴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올 연말에 예상보다 많은 삼성 출신 임원들이 재취업 시장에 한꺼번에 몰린 것이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