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시급한 것은 우리 경제의 건전성을 높여 줄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일몰 연장이다. 기촉법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이달 1일부로 효력을 잃었다.
올해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규정한 기촉법 개정안은 하루빨리 처리돼야 한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대기업 수시 신용위험평가 결과에서 11곳이 워크아웃(C등급) 대상 기업으로 분류됐다. 이들 기업은 물론 지난해 7월과 10월 각각 정기 신용위험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에도 아직까지 구조조정을 기다리는 곳이 많다.
금융당국이 한계기업(좀비기업)을 솎아내는데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지난 2010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채권금융기관의 여신 규모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인 19조6000억원에 달한다.
금융당국이 기업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는 마당에 기촉법 공백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워크아웃은 기촉법에 의해 강제성을 띤다는 점에서 채권단 자율협약과 차이가 있다. 아울러 일정 수준의 의결정족수만 채우면 채권단의 공동관리가 가능하다. 반면 자율협약은 채권단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
기촉법 실효로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은 채권단 자율협약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문제는 자율협약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외에도 채권을 보유한 제2금융권 등 금융회사 한 곳이라도 이탈할 경우 자율협약은 할 수 없다.
금융당국 역시 금융회사가 수 천 곳에 달하는 만큼 채권단 자율협약이 현실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을 인정하고 있다. 결국 자금 조달에 일시적인 어려움이 있는 기업이 법정관리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대부 업체의 법정 최고금리(34.9%)를 정한 대부업도 새해 효력을 상실했다. 대부업법은 서민들을 위한 대표적인 민생 법안이다. 금융당국이 초고금리 대부 업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시정조치를 하겠다며 엄포를 놨지만 얼마나 효과를 볼지 미지수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초래한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 싸움은 그만하고 지금이라도 협상을 재개해 경제개혁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관심이 온통 총선에 쏠리기 전에 반드시 한시법을 통과시켜 시장 질서를 바로 잡아야 한다.
금융당국도 채권금융기관이나 대부 업체가 이기주의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며 뒷짐만 지지 말고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정치권 설득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