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한국과 떨어져 워싱턴에서 생각해봅니다.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한국의 저성장과 맞물린 갈라파고스화 증후군입니다. 한국을 불황으로 만들어가는 핵심 원인입니다. 30대는 고용창출이 안 된다고 하고, 40대는 진급이 안 된다고 하고, 50대는 조기 퇴직하라고 해서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80년대 한국으로 돌아가 봅시다. 당시 대부분 젊은이들이 쉽게 취업했고, 40대는 대부분 승진했습니다. 이때 창업한 분들이 큰 부를 이루는 데 성공한 분들이 많습니다. 그때와 지금은 무엇이 다를까요? 경제성장률입니다. 당시 한국경제는 7%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했고 기업은 연간 20% 이상 성장하는 것이 쉬웠습니다. 지금은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져 기업이 6% 성장하기가 어렵습니다. 이것이 취업이 어렵고 승진 기회도 크게 줄어든 핵심입니다.
지금 한국경제는 일본의 1990년대와 너무 유사합니다. 1995년 저성장기로 접어들면서도 해외시장 관리를 게을리한 일본의 갈라파고스화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글로벌화를 과감히 시도한 교토식 경영 기업들은 내수시장에 빠진 다른 일본 기업들에 비해 큰 경영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갈라파고스 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교훈입니다. 우리 경제도 ‘글로벌화’가 답입니다. 물론 해외관광객과 기업을 끌어들이는 인바운드 글로벌화도 포함됩니다.
첫째, 중소기업의 수출을 늘리는 것입니다. 중소기업의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이 10%대로 너무 낮습니다. 2011년 이후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10%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2011년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수출 증가율이 감소하여 2015년부터는 수출이 마이너스로 떨어졌습니다. 갈라파고스화가 트렌드가 된 셈이지요. 중소기업 정책도 글로벌화 없이는 풍선효과에 불과합니다. 이제 중소기업을 성장 잠재력이 높으면서 비교적 가까운 시장인 아세안 시장으로 데려가는 것입니다. 물고기가 있는 바다로 데려가는 것이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중소기업 아시아나이제이션(Asianization)이 핵심입니다.
둘째, 글로벌화 방식의 진화가 필요합니다. 수출을 넘어 ‘글로벌 가치사슬’(GVC·Global Value Chain) 전략이 필요합니다. 수출만으로는 중소기업 글로벌화는 한계가 있습니다. 상품의 단순 수출이 아닌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현지에 투자하고, 기술력을 가지고 글로벌 가치사슬에 참여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중소기업들의 해외투자가 더 적극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TPP협정에 참여하면 GVC는 더 중요해집니다. 권역 내 완전누적원산지제도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TPP 협정이 발효되면 저렴한 인건비와 풍부한 노동력을 내세운 베트남이 중국을 대신할 제조업 생산기지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한국이 많이 투자하고 있는 베트남을 기반으로 하는 GVC전략을 활용할수록 미국시장 진출도 유리해질 것입니다.
셋째, 중소기업에 향후 가장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판로 트렌드는 이마켓 플레이스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역직구와 같은 온라인 수출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2014년 우리나라의 해외 역직구 시장 규모는 약 5820억원이며, 이는 2013년 약 3700억원 대비 57% 증가하였습니다. 급성장하는 온라인 수출시장을 잡아야 합니다. 세계 B2C 전자상거래 규모는 2014년 1조5000억 달러를 돌파하였고 2017년 2조3000억 달러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는 오프라인 위주의 수출지원 정책에 몰입해 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의 온라인 판매 비중은 저조하며 OECD 최하위 수준입니다. 관세청의 전자상거래 수출입동향을 살펴보면 2014년 우리나라 온라인 수출에 해당하는 역직구 시장은 약 5820억원으로, 수입에 해당하는 직구시장 2조원에 비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실정입니다. 새해 중소기업 경제 이슈로 ‘아시아나이제이션, GVC, 역직구 온라인 수출’을 챙겨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