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올해부터 도입한 서킷브레이커를 시행한 지 겨우 두 번 만에 잠정 폐지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서킷브레이커는 주가가 급등락할 때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로, 중국은 증시가 7% 이상 등락할 때 발동하도록 정했다. 그러나 인민은행의 위안화 평가 절하와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로 증시가 겉잡을 수 없이 떨어져 서킷브레이커가 일주일 새 두 차례나 발동되자 이것이 오히려 혼란을 부추긴다는 시장 참가자들의 불만에 따라 결국 중단됐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식 시장 안정화를 위한 중국 정부의 시도가 시장을 통제하기엔 역부족임을 입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킷브레이커 고안에 공헌한 니콜라스 브래디 전 미국 재무장관(85)은 “중국 당국이 시장의 패닉을 초래하지 않도록 중국 주식 시장의 안전망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 같이 변동이 심한 시장에서 쉽사리 발동되는 서킷브레이커에 대한 비판론에 동조한 것이다.
브래디 전 장관은 중국이 이 제도를 지난 7일에 일시 정지한 후에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잘못된 방향에 있다”며 “시장을 적절히 반영하는 서킷브레이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서킷브레이커를 도입한 후 벌써 두 차례나 발동돼 거래가 중단되자 발동 기준이 너무 낮다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미국도 이와 비슷한 문제에 직면한 적이 있다. 미국에서는 1987년 블랙먼데이 여파로 주식 시장 전체에 대한 서킷브레이커가 처음 도입됐다. 당국은 그 후 조사에서 거래 시스템에 매매 주문이 폭주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결론짓고, 거래 정지를 도입하면 여유가 생겨 주문 재개가 가능하다고 파악했다. 미국에서 서킷브레이커는 다우지수가 554포인트(7%) 하락한 1997년 10월 27일에 처음 발동됐다.
이 규칙은 2010년 플래시 크래시 후 미세 조정이 더해져 거래 정지 기준은 10%에서 7%로 낮아졌다. 현재는 S&P500지수가 미국 동부시간 오후 3시25분까지 7% 이상 하락하면 거래가 15분간 중단된다. 하락률이 13%를 초과하면 다시 거래가 중단되고, 20%를 초과하면 하루 종일 거래가 정지된다. 오후 3시25분 이후 하락률이 7%와 13%를 초과하는 경우는 20%에 도달한 경우에만 거래가 계속된다.
미국에서 주가가 7% 이상 하락한 건 2008년 금융 위기와 블랙먼데이를 연출한 1987년 10월, 대공황 시대를 제외하고 거의 없지만, 중국 증시는 1년 새 7회나 경험했다. 미국 금융시장조사업체 에이트그룹의 애널리스트는 “서킷브레이커의 발동 기준이 너무 낮으면 변동을 억제하기는커녕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조지타운대학의 제임스 엔젤 교수는 WSJ에 “중국 증시의 거래 중지로 인해 서킷브레이커를 적절하게 설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서킷브레이커가 문제의 해결보다는 원인이 되는 경우가 더 많은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UCLA 앤더슨 스쿨 오브 매니지먼트의 아바니달 스브라매니엄 교수는 “중국 규제당국이 기준을 너무 낮게 설정했기 때문에 자기 내기 중력 효과가 발생했다”고 했다. 다시 말해, 실제로 주가가 기준에 도달하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기 전에 거래를 끝내고자 하는 시장 참가자의 공황 매도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당국은 기준 설정에서 실수를 했다”며 “변동성을 억제하려다가 오히려 시장이 패닉에 빠지면서 매도는 가파라지고 변동성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T로우프라이스의 로런스 테일러는 “중국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참여도가 크기 때문에 중력은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