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센터 규모와 분석의 정확도는 어느 정도 비례할까.
신영증권이 기업들의 실적 예측 능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CJ투자와 한국증권이 공동 2위에 올랐고, 현대, 미래에셋이 뒤를 이었다.
5대 증권사 가운데 현대증권만이 유일하게 상위 5위권에 들었으며, 삼성과 대신이 공동 6위, 우리투자와 대우는 각각 10위와 11위에 그쳤다.
◆중소형사 거센 ‘반란’
이투데이가 13일 Fn가이드에 제공된 국내 증권사들이 제시한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실적 추정치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분석됐다. 조사방법은 종목별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실제치와 가장 근접한 증권사 상위 5개사를 뽑아 5점부터 1점까지 점수를 부여했다.
단, 신한지주와 LG필립스LCD의 경우 오차범위가 크거나 증권사별 추정치가 비슷해 분석대상에서 제외했다. 국민은행의 영업이익은 증권사별로 큰 차이가 없어 제외했다.
조사 결과 22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신영증권은 현대중공업, 하이닉스, 포스코, 국민은행 등 다양한 종목의 실적을 비교적 정확하게 추정했다.
CJ투자증권과 한국증권도 21점으로 아슬아슬하게 공동 2위에 오르며 중소형사의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최근 리서치센터를 대형사 수준으로 대폭 보강한 대한투자증권이 9위에 올랐다.
한편 교보, 한화, SK증권은 적중도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1Q 대기업 성적표는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제외한 8종목이 증권사들의 추정치 평균인 컨센서스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사실상 국내 대기업들의 1분기 실적 성적표는 좋았던 셈이다.
국민은행, 신한지주 등 은행주들이 1분기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하며 증권사들의 예상치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진에 4년만에 최악의 실적을 발표했고, LG필립스LCD는 영업손실이 지속됐지만 예상보다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전력은 1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했고, 현대중공업도 사상 최대의 분기실적을 쏟아냈다. 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40% 늘어났고, 순이익은 무려 1520% 급증하며 CJ투자증권과 메릴린치 등이 목표가를 올려 잡았다.
포스코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증권사 호평이 잇따랐다. 매출은 전년동기보다 22% 늘었고, 영업이익은 40.9% 증가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진으로 맏형 체면을 구기며 영업이익은 15분기만에 최저인 1조1800억원에 그쳤다. 이는 증권사들의 컨센서스보다 3300억원 가량 부족한 수치다.
◆어이없는 오차…왜 그럴까
사실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정보로 제공하는 실적 추정치 중 일부는 차라리 발표하지 않는 게 나을 정도로 오차가 큰 경우도 있었다.
국민은행의 경우 국내 증권사 13곳의 매출 오차가 최소 2000억원에서 1억6000억원에 달했다. 영업익 역시 최소 5000억원이상 낮게 추정했다. 참고로 국민은행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조4000억원, 1조6200억원으로 영업익은 무려 31%이상의 오차율을 기록했다.
특히 오차율이 커 증권사별 평가에서 제외한 신한지주의 경우 국내 11개 증권사의 컨센서스는 실제치와 평균 47%의 오차를 보였다.
이 같은 실적과 예상치 간 오차의 원인으로 가장 크게는 애널리스트의 시각이나 회계기준 차이 등이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 일어난 증권사별 애널리스트 대이동이 큰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고, 대형사가 ‘배가 불러서’ 열심히 뛰지 않는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 2~3월에 애널리스트들의 이동이 크게 일어나며 증권사별로 섹터가 공백상태를 보인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새로 옮겨서 분석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수익 추정치를 바로 내기가 힘든 게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애널리스트는 “중소형사의 경우 하우스 밸류가 떨어지기 때문에 애널리스트 개인들이 신경써서 더욱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형사들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섹터가 빌 경우 신예로 등장하는 사람을 데려가지만 이들은 경험상 미숙한 부문이 있어 오차가 생길 수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