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건설업계는 끝나지 않는 터널 속에서 헤맸다. 저유가로 인한 중동 지역 국가들의 재정 압박과 국내 부동산 시장 위축 등 안팎의 악재에 맞닥뜨리며 건설주 주가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다. 그러나 증권가는 이 같은 경기 침체 속에서도 건설주가 이제 바닥을 쳤다고 인식하고 있다.
건설업을 긍정적으로 전망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는 조만간 발표될 지난해 4분기 실적이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 국내 주요 대형 건설사의 4분기 실적 컨센서스(시장 추정치)는 회복세가 엿보인다. 현대건설은 영업이익 2741억원, 대우건설은 1204억원으로 각각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6%, 35.3% 증가하고, 대림산업은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주가 하락의 주범이었던 업체별 미청구공사 금액이 직전 분기 대비 축소되고, 현금 흐름도 개선될 것”이라며 “2016년 실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4분기 들어 저수익 해외프로젝트의 매출은 줄고 주택 분양 대금 수입은 늘어난 덕분이다. 미청구공사 잔액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현금성 자산이 늘어난다. 건설사들의 재무상황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직 저유가 공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업황 개선을 논하기는 시기상조란 지적도 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무방비로 저유가 쇼크에 직면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건설사들이 학습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건설사들은 2014년 하반기부터 유가가 급락하며 2015년 주요 프로젝트가 취소돼 대비하지 못한 상태로 충격을 떠안았다”면서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산유국에서 저유가 수혜가 가능한 아시아 인프라 시장으로 잠재시장을 넓히며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현재 건설사들의 주가는 사상 최저 수준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장주’ 현대건설은 2005년 9월 이후 10년 만에 주가가 3만원 아래로 떨어져 체면을 구겼다. 대우건설과 GS건설도 지난해 2분기 대비 현재 30% 이상 하락했다.
그러나 건설주의 본격적인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현 상황에서는 높은 밸류에이션 매력은 저가매수 기회라고 증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15년 예상 기준 대형건설회사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6배로 201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하락은 향후 회복되는 자산 가치에 따른 신뢰에 비해 지나치다”면서 “본격적인 저평가 해소를 기대할 만한 시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