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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보면 잘못을 반성하고 새로운 다짐을 할 수 있다. 은감불원(殷鑑不遠)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은(殷)나라 왕이 거울삼을 만한 것은 먼 데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은의 원래 국호는 상(商)이었다. 그래서 상감불원(商鑑不遠)이라는 말도 쓴다.
약 600년을 내려온 상나라는 28대 주(紂)왕 때 망한다. 주가 달기(妲己)라는 여자에 빠져 주지육림(酒池肉林)과 포락지형(炮烙之刑)을 즐길 때 서백(西伯) 주왕(周王) 창(昌:후에 주 문왕이 됨)이 이렇게 간했다. 시경 대아(大雅) 탕지십( 蕩之什)편의 마지막 제 8장에 나온다. “문왕이 말하기를 아 슬프다 너희 은상(殷商)아, 사람이 또한 말하되 넘어지는 일이 일어나면 가지와 잎은 해가 없어도 뿌리는 실상 먼저 끊긴다 하는도다. 은나라의 거울이 멀리 있지 아니하여 하후(夏后)의 시대에 있느니라.”[文王曰咨 咨女殷商 人亦有言 顚沛之揭 枝葉未有害 本實先撥 殷鑑不遠 在夏后之世] 하후(夏后)는 하(夏)나라 망국의 폭군 걸왕(桀王)을 가리킨다. 결국 은나라는 문왕의 아들 무왕에 의해 멸망한다.
고려 때 이규보는 연복정(延福亭)이라는 글에서 은감을 원용했다. “연복정이 겪은 정중부의 난 등 거울삼아야 할 게 아주 분명하니 이 유적 터를 쓸어 없애지 말아야 하리.”[箇中殷鑑分明甚 莫遺遺基掃地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