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질문을 들으면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선뜻 봤다고 대답하기는 어려울겁니다. 돗돔은 그만큼 일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어종인데요. 오늘은 전설의 물고기, 용왕이 점지한 사람만 볼 수 있는 물고기 ‘돗돔’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최근 제주 해역에서 몸길이 180cm가 넘는 초대형 돗돔이 잡히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돗돔은 워낙 깊은 심해에 서식하는 어종이라 전문 낚시꾼과 어부들도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데요. 희귀한 만큼 전설이라 불리며 가격도 어마어마한 생선이죠.

돗돔은 농어목 돗돔과에 속하는 심해 어종으로, 주로 수심 200~500m의 깊은 바다에서만 서식합니다. 체형이 둥글고 등 쪽은 짙은 청색, 배 부분은 은백색을 띠며, 탄탄한 근육질 몸매가 특징이죠. 돗돔이 ‘전설의 물고기’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어획이 극도로 어렵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그물망으로는 포획이 힘들고, 주로 저층 트롤망이나 주낙 어업 방식으로만 잡을 수 있는데요. 한 마리를 낚는 데도 엄청난 인내와 기술이 필요해서 낚시꾼들에게는 ‘궁극의 도전 대상’으로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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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귀한 어종이다 보니 국내 시장에서도 최고급 어종으로 평가받으며, 가격 역시 천정부지로 높은데요. 2015년 제주도 북동쪽에서 잡힌 약 115kg짜리 돗돔이 무려 520만 원에 낙찰되며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돗돔의 크기와 신선도, 어획 장소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일반적으로 고급 식재료로 분류됩니다.
돗돔은 탄탄한 살결과 깊은 감칠맛 덕분에 다양한 요리법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먼저 회로 즐기는 방법이죠. 결이 곱고 쫀득한 식감을 자랑하는 돗돔회는 고소한 풍미가 일품입니다. 숙성을 거친 돗돔회는 감칠맛이 더욱 깊어져 별미로 꼽히죠. 특히 최대 열흘까지 숙성시킬 수 있는데요. 숙성한 돗돔은 맛 표현을 함부로 하기 힘들 정도로 뛰어나다는 평을 받습니다.
또 돗돔의 두툼한 살은 소금구이로도 훌륭합니다. 단순히 소금만 뿌려 구워도 그 특유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살안나는데요. 일본에서는 돗돔을 간장과 청주로 졸여 만든 ‘니즈케(煮付け)’ 요리가 인기입니다. 돗돔 특유의 감칠맛이 짭짤한 양념과 어우러져 깊은 풍미를 자랑하죠. 돗돔 뼈는 마치 돼지 한 마리 잡은 것처럼 거대하기에 그대로 뼈를 우려내 맑은탕으로도 깊은 감칠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한국과 일본에서 돗돔을 먹는 것이 행운과 번영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긴다고 전해지죠. 특히 과거에는 결혼식, 생일 등 특별한 자리에만 등장했습니다.
최근 들어 국내 해역에서 돗돔이 비교적 자주 잡히면서 해양 생태계 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심해에 서식해야 할 어종이 연안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잦아졌다는 것은 곧 바다 온도나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죠.
실제 해양수산부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한국 연안의 평균 해수 온도는 약 1.2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로 인해 돗돔을 비롯한 열대·온대성 어류들이 우리 연안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심해 어종들이 기존의 서식지를 벗어나 연안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죠. 이는 해양 생태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로, 앞으로의 변화를 지속해서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신비로운 심해어로 불려왔지만, 이제는 우리 해역에서 점점 더 자주 모습을 보여주는 돗돔. 희귀한 물고기의 등장이 기후 변화의 경고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해양 환경 변화를 주목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