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불예금 잔액도 감소…두 달새 42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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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자금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은행에 머물러 있던 자금들이 고금리와 안전자산 선호 현상 속에서 금·은·달러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투자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5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18.4회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 18.7회로 가장 높았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2020년 17.3회 △2021년 15.6회 △2022년 15.4회 △2023년 17.6회로 최근 5년간 18.0회를 밑돌았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연 0.1~0.2% 수준으로, 예금자가 언제든지 조건 없이 입ㆍ출금할 수 있는 유동성 금융 상품이다. 자산을 늘리기 위한 것보다 투자를 위해 일시적으로 자금을 보유하거나 송금거래 등의 결제 목적이 강하다. 이러한 요구불예금의 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금융소비자들이 은행에 돈을 넣어두지 않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줄곧 하락했으나 글로벌 통화 긴축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2023년 이후 다시 반등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른 2023년 4분기에는 18.7회까지 올랐다. 지난해도 1분기 18.5회, 2분기 18.1회, 3분기 18.0회, 4분기 18.8회 등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20.2회를 기록한 지난해 12월은 금·은·달러 등에 시중 자금이 몰리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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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이러한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전날 기준 589조6923억 원으로 지난해 말(631조2335억 원) 이후 약 42조 원 감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증가하는 것은 투자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단기 유동성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데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