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려놓은 원동력인 제조업이 중국과 세계 경제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중국이 ‘새로운 정상(뉴노멀)’을 내세워 성장 모델을 ‘투자와 제조업’에서 ‘소비와 서비스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제조업이 침체되면서 세계의 공장에 의존해온 경제권에까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세계는 중국의 경기 둔화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18일에도 일본 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3개월 반 만에 1만7000선 아래로 떨어졌고, 국제유가(WTI 기준)는 공급 과잉 우려가 지속되면서 배럴당 28달러대로 추락했다. 중국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는 위안화 약세 여파로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18% 하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처럼 세계를 뒤흔드는 금융시장 혼란은 중국 제조업의 위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제조업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해 봄부터 최근까지 계속해서 경기 침체 조짐을 보였다.
생산 현장의 혼란은 더 심각하다. 신문에 따르면 작년 12월말,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 하청으로 급성장한 중국 광둥의 정보 기술(IT) 기기 제조업체인 선전중톈신전자는 수주 급감으로 인한 경영난으로 임금을 제때 지불하지 못해 수천 명의 노동자가 시위에 나섰다. 공업단지가 밀집해 있는 허베이 성의 시멘트 공장은 최근 1개월간 조업을 중단했다. 치열한 가격인하 경쟁을 보다 못한 중국 정부가 생산 중단을 명령했기 때문이다. 국유업체 중국알루미늄이 산시성의 자회사에 대해 대규모 감산과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허난성에서 월급을 제대로 줄 수 있는 업체는 전체의 30% 정도에 불과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는 한때 중국의 고속 성장을 뒷받침해온 제조업의 쇠퇴를 의미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인건비 상승과 과잉 설비가 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디플레이션 압력에 허덕이는 중국 제조업에 하방 압력을 넣고 있다는 것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4일 산업계를 시찰하면서 “팔을 자를 각오로 설비 과잉을 해소하라”고 호령했다. 그러면서 그는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내놔 내수를 끌어올릴 계획은 없다”고 엄포를 놨다. 기업들이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정부의 대규모 자금을 동원한 부양책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의미다.
신문은 그러나 관제하의 구조 전환 압력이 오히려 제조업을 짓누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제조업에서 소비로의 경제 모델 전환 시도는 일련의 효과를 거두고 있으나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급력의 크기로 보면 제조업의 존재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규모라는 이유에서다.
제조업 부진으로 인한 불안감은 중국에서의 자금 유출을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의 외환 보유액은 작년 5000억 달러 감소하며 23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여기에는 위안화 약세를 막으려는 중국 인민은행이 달러를 팔고 위안화를 사들이며 환율 개입을 반복한 영향이 크다. 일각에서는 중국에서 유출되는 자금이 월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추산도 나오고 있다. 자금 유출은 경제의 위기감을 반영하는 만큼 시장의 불안 심리를 한층 증폭시킨다.
신문은 중국 경제 둔화와 시장의 동요가 계속되면 중국 위기의 사각지대에도 여파가 몰아칠 것으로 봤다. 일본의 경우, 중국의 성장률이 6%로 둔화해 엔화 가치가 달러당 115엔, 유가가 배럴당 30달러가 되면 올해 성장률은 1.7%, 실질 성장률은 1%에 그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