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쇼크, 이번엔 홍콩·대만 직격...중화권 증시·통화 가치 우수수

입력 2016-01-20 18:14 수정 2016-01-2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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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금융 시장 혼란이 이번엔 홍콩과 대만 등 중화권 시장을 직격했다.

새해 벽두부터 세계 시장을 혼란에 빠트린 중국증시는 20일 3거래일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1.0455포인트(1.03%) 하락한 2976.6938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날 3% 이상 뛰어 올해 최대 상승률을 기록, 심리적 지지선인 3000선을 회복했다.

이날은 차익 실현 매물이 오전부터 쏟아진 데다 중국 증권감독 당국이 7개 기업에 대한 기업공개(IPO)를 승인하자 수급 악화를 의식한 매도세가 유입되면서 지수를 짓눌렀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 세계 경기 전망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진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지수 하락의 결정타는 홍콩발 악재였다. 홍콩 달러 가치와 증시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중국 본토 증시의 투자심리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날 홍콩 증시의 항셍지수는 전날보다 749.51포인트(3.81%) 떨어진 1만8886.30에 거래를 마쳤다. 심리적 지지선인 1만9000선이 무너진 건 2012년 7월 26일 이후 처음이다.

홍콩 달러 가치가 미국 달러에 대해 계속 하락하면서 아시아의 금융 허브인 홍콩에서 투자 자금이 계속 유출되고 있다는 우려가 고조됐다. 지수는 지난 2일 1992년 이후 최저치로 추락한 바 있다. 당시 지수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 창궐하던 2003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었다.

이날 홍콩 달러 선물은 199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홍콩 달러 12개월 물은 이날 한때 전날보다 0.3% 하락한 7.8904홍콩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위안화 가치 하락이 자본 유출을 촉발, 32년간 계속되어온 홍콩 달러와 미국 달러 페그제가 폐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해진 영향이다.

홍콩 달러는 현재 달러당 7.75~7.85홍콩 달러 범위 내에서만 변동을 허용하는 달러와의 페그제를 채택하고 있다. 선물은 이 수준을 계속 밑돌고 있으나 홍콩 금융·통화 당국은 별다른 제동을 걸지 않고 있다. 홍콩 달러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허용 범위의 상단인 7.75홍콩 달러 부근에서 추이했으나 최근들어 이 수준을 크게 벗어났다.

시장에서는 홍콩 달러 가치 하락과 함께 오일 머니가 아시아를 포함한 주식 보유고를 축소, 본국으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돌았다. 홍콩메인보드의 거래액은 508억 홍콩 달러로, 오전장 기준으로는 기록적인 수준이었다. 항셍지수에 포함된 50개 종목이 일제히 하락했다. 중국 인터넷기업 텐센트와 아시아 보험업체인 AIA그룹, 중국 통신업체인 차이나모바일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항셍지수를 200포인트 이상 끌어내렸다.

중국과 홍콩 시장 혼란에 같은 중화권인 대만 시장도 출렁였다. 대만 증시의 가권지수는 이날 전일 대비 155.76포인트(1.98%) 하락한 7699.12로 2015년 8월 25일 이후 약 5개월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저유가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배경으로 투자자들의 리스크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매도세가 유입됐고, 대만 달러 약세가 자금의 해외 유출 관측으로 이어졌다. 외환시장에서 대만 달러 가치는 미국 달러에 대해 약 6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계 경기 동향에 민감한데다 해외 투자자 참여 비율이 높은 대만 증시는 가차없이 무너졌다.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로 현지 의존도 높은 종목들이 지수 전체에 하락 압력을 가했다. 애플에 부품을 납품하거나 애플 제품을 조립하는 종목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라간정밀, EMS, 페가트론 등이 6%대 폭락했다. 시가총액이 큰 반도체 파운드리 TSMC도 하락했다.

자산 운용사 베어링에셋매니지먼트는 이날 홍콩 시장 혼란에 대해 “오히려 매수 기회”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베어링은 “현재 홍콩 달러 가치 하락은 투자 심리가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현재 주식 매수가 현명한 판단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발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08년과 2010년, 2011년 당시와 같다. 그때도 홍콩은 지금처럼 우울했다”며 “그동안은 매우 불안정했지만 그럼에도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장기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0년 5월 1년반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후 항셍지수는 1주일 만에 바닥을 치고 이후 31% 상승해 같은 해 11월에 절정에 달했다. 2011년에는 저점을 기록한 2개월 뒤인 10월 항셍지수는 바닥을 치고 2012년 2월까지 33%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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