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처한 일본 전자업체 샤프를 놓고 대만 전자제조(EMS) 업체인 혼하이정밀공업과 일본 정부의 줄다리기가 점입가경이다.
혼하이가 일본 샤프 인수 금액을 6590억 엔으로 상향했다고 사정을 잘 아는 여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혼하이는 샤프의 기존 주주로부터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신주를 3890억 엔에 인수해 샤프의 지분 3분의 2 정도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혼하이는 샤프의 주 채권 은행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과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우선주를 2250억 엔에 매입하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부지 매입에 필요한 450억 엔까지 추가하면 기존의 제시액인 6250억 엔을 약간 웃돌게 된다. 채무 인수까지 포함하면 7000억 엔 전후로, 일본의 민관 펀드인 산업혁신기구의 제시액을 능가하게 된다.
한편 같은 날 산업혁신기구는 샤프를 지원해 살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굳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산업혁신기구는 이날 열린 회의에서 샤프에 대한 출자 등 지원책을 마련하기로 했고, 샤프 측도 이를 받아 들이기로 했다. 산업혁신기구는 도시바의 백색 가전과 자회사인 POS(판매 시점 정보 관리) 시스템도 샤프와 사업 통합 검토에 들어가는 등 샤프의 회생을 계기로 국가 주도의 전기업계 재편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산업혁신기구는 샤프에 3000억 엔 규모를 출자하기로 결정했고, 출자 조건으로 샤프의 다카하시 고조 사장 등 3명의 경영진 퇴임을 요구했다.
샤프는 향후 미즈호은행, 미쓰비시도쿄UFJ은행 등 2개 주요 채권단과 협상, 최대 3500억 엔으로 전망되는 지원 내용을 정리한다. 샤프는 2월 4일께 산업혁신기구 안 수용의사를 표명, 같은달 정식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혼하이의 샤프 인수 추진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