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달러화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자 국제유가가 폭등하면서 뉴욕증시가 장 초반 하락세를 딛고 반등했다. 또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미국 국채 가격은 하락하는 등 외환시장이 전체 금융시장 움직임을 주도했다.
이날 주요 10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블룸버그달러스팟인덱스는 장중 최대 1.9%까지 급락해 지난 2009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일본 엔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1.7% 하락한 117.90엔으로 지난달 29일 일본은행(BOJ)의 전격적인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상승분을 전부 반납했다.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서는 1.7% 밀린 1.1105달러로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는 미국 경제에서 70%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 관련 지표가 부진하자 글로벌 경기둔화 역풍에 미국도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고조됐다. 전미공급관리자협회(ISM)가 이날 발표한 지난 1월 서비스업지수는 53.5로 전월의 55.8(수정치)에서 하락하고 전문가 예상치 55.1을 밑돌았다. 또 지수는 지난 2014년 2월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당초 예상보다 뒤로 연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금융시장 상황이 지난해 12월보다 빡빡해졌다”며 “이런 상황이 3월까지 지속되면 연준이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해 달러화 약세를 더욱 부추겼다.
달러화로 거래되는 국제유가는 최근 이틀간의 급락세에서 벗어났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8% 폭등한 배럴당 32.28달러로 마감했다. 영국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가격도 7.1% 뛴 배럴당 35.04달러를 기록했다.
유가 불안에 흔들렸던 글로벌증시도 모처럼 안정을 되찾았다. 뉴욕증시 S&P500지수는 장중 1.6% 하락했으나 오후 들어 상승세로 돌아서 0.5% 상승으로 장을 마쳤고 다우지수도 1.1% 반등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하락세로 마감했지만 낙폭은 0.28%로 줄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2015년 2월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지만 유가와 함께 반등해 전일 대비 1bp(bp=0.01%) 오른 1.88%를 기록했다. 국채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유가에 일희일비하던 글로벌 금융시장에 달러 약세라는 재료가 하나 더 추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증시와 원유시장에 약달러는 호재로 작용했으나 전문가들은 시장의 방향성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경제지표와 같은 펀더멘털 대신 시장의 변동성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 스티브 머피 캐피털이코노믹스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연준 위원들은 미국 제조업과 서비스업지수의 하락이 경제 나머지 부문에 미칠 파문을 우려할 수 있다”며 “지난 2001년 경기침체에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