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무역과 통상정책 분야에서 유독 ‘여풍’이 거세다. 무역위원회의 경우 절반 정도가 여성이다. 그러다 보니 남자직원이 여직원에 맞춰주는 문화까지 생겼다. 여직원들도 워낙 많고 핵심 부서에서 중책을 맡은 탓에 오히려 남성을 따로 챙겨야 하는 풍속도까지 생겼다.
무역과 통상 관련 부서에 여성 공무원이 많이 포진해 있는 이유는 여성 특유의 강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어서다.
산업부 관계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교감 능력과 포용력이 뛰어나고 언어적 능력과 경청하는 자세까지 갖춰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수적인 통상 분야에 적합한 것이 사실”이라며“외국의 정부 대표자들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때 효율적이고 설득력 있게 회의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여성 사무관의 태동과 신화도 모두 무역ㆍ통상 분야에서 쓰여졌다. 1993년 말 상공자원부 시절에 박운서 전 차관이 ‘무역이나 통상업무에 여성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면서 다른 부처에서 여성사무관 3명을 영입하면서 산업부에서도 여성 사무관 시대가 열렸다.
상공부 설립 이후 67년 동안 산업부 역사상 처음으로 본부 여성 고위공무원으로 발탁되며‘금녀(禁女)의 벽’을 허문 산업부 첫 여성국장도 통상 전문가다.
유명희 FTA(자유무역협정)교섭관 겸 동아시아자유무역협정추진기획단장(35회) 은 지난해 서기관에서 부이사관을 거치지 않고 고위공무원으로 파격 승진했다. 유 국장은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1995년 당시 통상산업부에서 통상 전문업무를 담당했으며 2005년엔 외교통상부로 자리를 옮겨 초대 FTA 정책과장을 지냈다. 2014년엔 청와대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실 외신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방순자 무역위 무역조사실 덤핑조사과장도 산업부에서‘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방 과장은 1979년 상공부 9급 1호 공무원으로 공직사회에 입문해 비고시 출신으로 과장 직급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 받는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본부에는 9급 여성이 근무하지 못했다. 방 과장도 공무원이 되자마자 지방에 내려가야 했지만 본부에서 일하겠다고 과감히 손을 든 게 시작이었다. 기획관리실에서 대통령이나 국회에 보고하는 일을 도우면서 적극 뛴 결과 탁월한 성실성과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통상 분야에만 우먼 파워가 힘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남성의 고유업무라 여겨졌던 자원, 에너지, 기획ㆍ예산ㆍ조정 관련 부서에서도 능력을 펼치고 있다. 산업부 행정고시 출신 첫 번째 여성공무원인 장금영 산업정책실 산업분석과장(행사 35회, 부이사관)은 지난 1993년말 통상업무 여성 전문가로 영입됐지만 산업기술정보협력과장, 지식서비스 과장, 기술표준원 제품안전조사 과장까지 두루 섭렵했다. 에너지자원실의 유일한 여자과장인 제경희 자원개발전략과장(행시 41회)은 국방부 출신으로, 석유산업과 근무 시절 정유사와 갈등을 잘 해결하는 등 섬세하면서 강한 추진력을 인정받아 서기관에 발탁돼 승진했다.
정책기획관실의 김미애(행시 41회) 정보관리담당관은 과거 정보통신부에서 넘어와 산업부에 안착해 중책을 꿰찬 케이스다. 나성화(행시 42회) 무역투자실 수출입 과장은 에너지절약협력 과장을 거쳐 지난해 부진의 늪에 빠진 한국 수출을 되살릴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나 과장은 조환익 전 차관이 첫 여성비서관으로 발탁하기도 한 재원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의 정기원(1995년 임용) 국제표준과장, 최미애(1994년 임용) 계량측정제도 과장, 주소령(1995년 임용) 무역투자실 투자유치과장 등은 연구사 경력공채로 공직에 입문해 간부급 여성 공무원으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