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집’은 숨바꼭질하는 공간이 되기도 했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공간이기도 했다. 오래된 빌라의 좁은 집은 어린 시절 유일무이한 놀이터이기도 했다. 이처럼 집에 대한 각자의 추억은 다를지라도 유년 시절의 기억은 공통적으로 놀이공간이라는 점이다.
세종시 고운동의 한 주택은 두 아이에게 그 어떤 곳보다도 편안하고 즐거운 공간과 추억을 선사하기 위해 지어졌다. ‘가족’과 ‘놀이’라는 두 가지 콘셉트를 가지고 설계된 이곳은 간결하고 견고한 느낌의 하얀색 벽돌과 검은색이 조화된 모던한 외관을 갖추고 있었다.
◇3m 경사로 극복ㆍ프라이버시 위한 ‘ㄷ’자로 배치한 홈오피스 = 세종시 고운동 한 택지지구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주택은 반듯한 외관과는 다르게 시공상 여러 난관이 있었다.
먼저 이 주택이 위치한 대지는 레벨차가 3m가 넘는 경사지에 자리 잡고 있다. 이에 경사진 대지를 활용하기 위해 주택 하부에 주차장을 만들었다. 마당에는 레벨 차이를 둬 공간 분할과 함께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며 3m의 레벨차를 극복했다.
문제는 경사지뿐만이 아니었다. 주택 북측에 넓은 공원이 조성돼 있어 산책로를 접한 대지는 이동객들로 인한 프라이버시 문제가 예상됐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주택의 배치를 ‘ㄷ’자 형태로 설계했다.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홈오피스, 즉 작업실 공간을 따로 설계했다는 점을 활용해 프라이버시를 위해 산책로 쪽에 작업실을 배치하고 북쪽으로는 창을 최소화했다. 어느덧 외부로부터 방해받지 않는 안락한 홈오피스 주택으로 변신했다.
특히 이 작업실은 주방과 접해 생활공간과 인접해 있지만 독립된 공간으로 배치해 주거와 사무 공간 모두 부족함이 없도록 설계했다.
◇중정 품은 집, 집 중앙에는 주방과 다이닝룸 ‘눈길’ =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집을 설계 목표로 잡았던 만큼 이 집에는 다양한 마당이 조성돼 있다.
먼저 외부로 열린 중앙 마당은 조경을 통해 전원주택의 느낌을 살렸고, 지하주차장 상부를 이용한 놀이공원은 성장기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해 향후 농구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밖에 가족만의 마당인 중정을 지나면 현관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서게 된다.
1층에는 주 생활공간인 주방과 거실 작업실이 배치돼 있다. 집 중앙에 위치한 주방과 다이닝룸을 중심으로 양쪽에 거실과 홈오피스가 자리 잡고 있다. 집의 중앙을 차지하는 주방에는 ‘11’자 형태로 주방가구가 놓여 있다. 이 주방가구는 건축주가 직접 설치했다. 건축주가 가장 신경 쓴 공간인 주방과 다이닝룸은 요리하면서 전면 창을 통해 바깥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설계됐다. 또한 주방에서는 손님 응대와 취미생활, 아이들 숙제 등 다양하고 복합적 활동들이 이뤄진다.
거실 역시 다른 주택과는 다르게 레벨차를 둬 공간을 나눴다. 낮은 층의 거실은 TV시청 등을 하며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 되며 높은 층의 거실에서는 피아노 연주 및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무엇보다도 이 집의 특별한 설계 포인트인 2층에서 1층으로 연결되는 미끄럼틀의 경사도를 조정하기 위해 거실 레벨을 달리했다.
◇아이만을 위한 공간, 미끄럼틀 있는 집이라고 들어봤니? =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주택이 ‘놀이공간’으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바로 집 내부에 미끄럼틀이 있다는 점이다. 놀이공간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2층에서 1층 사이에 계단 외에 미끄럼틀을 설치했다. 또한 안전을 위해 거실 일부 단을 높여 가파르지 않게 했다.
이밖에 아이들에게 인기를 끄는 공간은 다락방 2개와 그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다. 집안 구석구석 재미나고 다양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브리지 형태의 다락 공간을 설계했다. 낮은 박공지붕 아래 아늑한 이 공간은 숨바꼭질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아 아이들에게는 인기 만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2층에 배치된 아이들의 방은 현재 두 아이가 놀이방 겸 침실로 이용하고 있지만 향후 분리해 사용 가능하도록 가변형으로 구성했다. 이를 위해 문과 조명 스위치 등 모든 것을 2개씩 만들어두는 등 세심한 설계가 눈에 띈다.
이러한 놀이공간을 겸한 홈오피스를 짓기 위해 시공과정에서부터 세밀한 설계가 진행됐다. 특히 2층과 다락방이 오픈 천장이라 단열을 고려해 이중 지붕을 만들어 단열성능을 높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라스울이 습기로 인해 단열성능이 떨어지는 현상도 예방했다. 건축비 절감을 위해 외장 재료는 강회된 시멘트 벽돌을 사용했으며 그 위에 하얀색 페인트를 칠해 공사비 절감과 전체 주택 디자인의 의도를 살릴 수 있도록 했다. 경사지에 위치한 탓에 부지 레벨 차이가 3m가 넘는 점을 보안하기 위해 기초공사 시 지하주차장과 건물 배면 기초를 콘크리트 옹벽으로 세워 토목공사까지 함께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