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사생활 보호와 국가 안보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다. 급증하는 테러 위협 속에 사법당국의 협조 요청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 바람직한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테러범들의 아이폰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협조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거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LA) 연방지방법원은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 주 샌버나디노에서 총기난사로 14명을 살해한 무슬림 부부의 아이폰 잠금해제를 위한 기술지원을 하라고 애플에 지시했다. 미국 법무부는 테러범 중 남편인 사예드 리즈완 파룩이 사용한 아이폰5C에 대한 잠금해제를 요구했고 법원이 이에 동의한 것이다.
그러나 애플은 이날 성명으로 법원의 이런 결정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성명은 “아이폰을 잠금해제하라는 사법부의 요구는 고객의 보안을 위협할 수 있는 전례를 만든다”며 “이는 미국 정부가 보호해야 하는 자유와 권리 자체를 침해할 수 있다. 현재 재판 범위를 넘어서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플은 에드워드 스노든의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SA) 도·감청 폭로 이후 지난 2014년 9월부터 아이폰에 대해 암호화 기술을 적용했다. 비밀번호를 10차례 잘못 누르면 아이폰의 데이터가 자동으로 삭제될 수 있는 기능도 포함했다. WSJ는 현재 샌버나디노 테러범의 아이폰은 비밀번호가 네 자릿수여서 그 조합은 1만개가 넘는다고 전했다.
애플은 성명에서 “우리는 FBI 수사에 협력하고 있으며 유효한 수색영장이나 소환장은 따르고 있다”며 “그러나 지금 정부가 추구하는 잠금해제는 중요한 보안 기능을 따로 떼 놓은 새 아이폰용 소프트웨어를 만들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IT 업계와 사용자 다수는 사생활 보호를 강조한 애플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애플에 대한 비판도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은 법원명령에 따라 잠금을 해제해야 한다”며 “안보를 위해서는 당연히 상식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