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회 개막 D-1] ② 중국판 레이거노믹스, ‘공급 중시 구조개혁’ 실마리 나올까

입력 2016-03-0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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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연중 최대 정치 행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이하 정협)와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 이른바 양회에서는 작년 11월 정책 당국자들이 제안한 ‘공급 측 구조 개혁’의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지 주목된다. 특히 올해는 작년 13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되는 첫해인 만큼 경제를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이 제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작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9%로 25년 만의 가장 저조한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고속 성장 뒤에 가려졌던 구조적인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여기다 위안화 약세·주가 하락에 대한 일관성 없는 대응으로 중국 정부에 대한 국내외의 신뢰는 바닥이다. 이에 이번 양회에서는 경제 성장률 목표치와 국방예산 증가율 외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내세운 공급 측면 중시의 구조개혁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중국 정부는 작년 5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감세와 규제 완화를 발표했다. 이는 중국이 공급 측면 중시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이정표였다. 같은해 11월과 12월 비공개회의에서도 중국 지도부는 공급 측면 중시 정책을 지지했고, 이후 이 공급 측면 중시 정책은 사실상 중국 지도부의 슬로건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실 공급 측면 중시 정책은 ‘중국판 레이거노믹스’로 불린다. 공급 측면 중시 정책은 1980년대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실시한 정책으로 규제 완화와 감세, 세출 억제, 건전한 자금량 등이 핵심이었다. 시진핑 주석은 공급 체계의 질량과 효율을 높이고 경제의 지속 성장 동력을 강화하고자 이 레이거노믹스를 도입했다. 현재 중국 소비자들은 교육, 의료 등의 서비스 향상과 고품질의 브랜드 제품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중국 기업에 의한 공급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비싼 값을 치르고 해외에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면 중국 소비자가 수급 불균형을 의식하지 않고 비데를 사기 위해 일본으로 몰려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한편에서 철강, 선박, 시멘트, 알루미늄 등은 공급 과잉 상태에 있다.

이같은 상황은 중국 정부의 개입이 초래한 부작용이라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는 2008년 세계를 강타한 금융 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5860억 달러 규모의 재정을 쏟아부었지만 그 대부분은 새로운 공장과 교통 인프라를 건설하는데 쓰였다. 또한 모기지에도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 작은 도시에서는 주택 버블이 발생했다. 개발업자들은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고급 주택 건설에 주력했지만 도시화의 견인차는 그러한 고급 주택을 살 여력이 없는 농촌에서의 이민자들이었다는 게 문제였다. 2013년 시난재경대학 조사에 따르면 도시에서는 공장 기숙사가 저임금 노동자로 넘치는데, 판매 완료된 주택의 공실률은 22.4%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중소 도시 주민 1인당 거주 면적은 선진국의 평균을 상회한다고 지적했다. 지방 도시도 대규모 차입에 나서 불필요한 교량 및 필요없는 건물을 대규모로 건설했다. 중국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생산한 시멘트는 66억t이었다. 이는 미국이 20세기에 소비한 45억t보다 많은 규모다.

시진핑 정부가 제조업의 생산 과잉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시진핑 정부는 작년 10월, 3년 이상 이익을 내지 못하는 국영 기업을 중심으로 좀비 기업을 청산할 방침을 선언했다. 또한 에너지 소모, 환경 보호, 품질, 안전 등의 일정 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오랜 기간 적자 상태에 빠진 공급 과잉 업종의 기업에 대해서도 문을 닫게 하거나 분리 매각하기로 했다. 공급 과잉 업종에 대한 투자를 엄격히 통제해 더 많은 자본이 국가 안전과 국민 경제에 중요한 업종에 집중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구조 개혁은 과거에 성공을 거둔 적이 있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에 국유 기업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 주룽지 총리는 기업 6만개를 폐쇄하고 4000만 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 또한 그는 재정 지출에도 적극적이었다. 연간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1%에서 3%로 늘릴 정도였다. 이것이 실효를 거두면서 중국은 비로소 두 자리 성장 시대에 가속 페달을 밟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급 측면 중시 정책의 일환으로 실시되는 감세와 규제 완화가 기술 혁신과 제품 개선을 촉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 10여 년간의 임금 상승 속도가 평균 10%가 넘어 범용 제품 제조 거점으로서 싸다는 느낌은 사라졌다. 이 때문에 중국은 더이상 노동력과 투자 확대가 아닌, 생산성 향상을 통해 성장세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WSJ는 변화에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자본 흐름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979년 덩샤오핑처럼 중대 궤도 수정에 나선 시진핑 정부에 공급 측면의 구조 개혁은 정부 축소와 대기업·중소기업 감세를 실현하는 대담한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책이 아닌 시장 원리에 맡기면 좀비 기업 중에서 혁신적인 기업을 선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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