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회장을 이어 두산그룹의 4세 경영체제의 막을 올린 박정원 ㈜두산 회장은 모교 고려대학교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과 긍지를 지녀왔다. 향후 두산그룹과 고려대학교와의 끈끈한 교류는 물론 그룹내 고대 인맥의 다양한 활약도 기대된다.
두산그룹은 오는 25일 열릴 ㈜두산 정기주총에 이은 이사회에서 의장 선임절차를 준비 중이라고 2일 밝혔다. 박정원 회장은 이 과정을 거쳐 그룹회장에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1962년생인 박 회장은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서울 대일고등학교를 거쳐 1985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같은해 두산산업(현 ㈜두산 글로넷BU)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30년간 두산그룹에 몸 담았다. 입사초기 일본과 미국 지사를 거쳤고 이 과정에서 보스턴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치기도 했다.
박 회장은 1999년 ㈜두산 부사장으로서 상사BG 사업 포트폴리오를 수익 사업 위주로 과감히 정리하면서 2000년에 매출액은 30% 이상 성장시킨 공로가 여전히 그룹내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이어 2007년 ㈜두산 부회장, 2012년 ㈜두산 지주부문 회장을 맡으면서 두산그룹의 굵직한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위기 속에서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주는 승부사 기질도 보였다. 무엇보다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 특유의 결단력도 발휘됐다. 1980년대 초중반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인재들이 재계 주요그룹 CEO를 장악하고 있다. 그 무렵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 지녔던 저력이 위기의 순간에 발휘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CEO스코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 30대 그룹 사장단 가운데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은 총 총 22명이다. 전체 사장단 가운데 6.3%를 차지해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 가운데 오너가는 9명, 전문경영인은 13명이었다. 이어 서울대 경영학과와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이 각각 3.4%씩을 차지했다.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 주요인물로는 박정원 회장을 비롯해 구자열 LS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정몽진 KCC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허창수 GS 회장,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 등이었다.
전문경영인은 김종중 삼성전자 사장(미래전략실 전략1팀장)과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나완배 GS에너지 부회장, 이오규 두산인프라코어 전 사장 등이 포함돼 있었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의 오너 사장단은 박정원 회장에서 자리를 내준 박용만 두산 회장 1명뿐이었고 나머지 11명은 모두 전문경영인이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온 오너 출신은 구본무 LG 회장과 박지원 두산 부회장 등 2명이었다. 전문경영인은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과 김흥제 HMC투자증권 사장,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조웅기 미래에셋증권 사장 등이었다.
박정원 회장의 여느 CEO 못지않은 모교 사랑을 보여왔다. 2006년 두산산업개발 부회장 시절 고려대의대 신축기금으로 10억원을 쾌척했다. 두산건설 회장에 오른 2009년에는 고려대 신경영관 건립기급으로 5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밖에 자신이 구단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두산베어스와 고려대 야구단과의 친선경기를 포함한 다양한 교류도 이끌어왔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그룹내 고려대 출신의 두드러진 활약도 기대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재계에서 박정원 회장은 승부사기질이 뚜렷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평소 "부지런하면 안될 것이 없지만, 여기에 전략적 사고가 더해지면 그 효율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한다고 두산 관계자는 전했다.
두산그룹은 그 동안 지주사인 ㈜두산의 이사회 의장이 그룹회장직을 수행해왔다. 이에 지난 2012년 ㈜두산 회장 직을 맡아 승계가 점쳐진 박 회장은 ㈜두산 지주부문 회장으로서 2014년 연료전지 사업, 2015년 면세점 사업 등에 나서면서 그룹의 신성장 동력 확보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또 박 회장은 두산베어스 구단주로서 무명이지만 잠재력 있는 선수를 적극 발굴해 육성하는 인재 발굴 철학을 보여주기도 했다. 두산 그룹 관계자는 “박용만 회장이 회장직 승계에 대해 이제 때가 됐다고 판단을 했던 것 같다”며 “이사회 임기만료와 시기적으로도 잘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