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선발하는 절차가 시작됐다. 다만 다음달 20일 4명의 금통위원 퇴임 이전까지는 인선과정이나 하마평이 사실상 깜깜이가 될 공산이 크다. 그간의 관행에 비춰보면 임명권자인 대통령 의중에 따라 결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추천기관의 추천 절차는 사실상 요식행위에 불과한 셈이다.
◆ 각기관 추천 후 한은 취합, 인사혁신처 거쳐 대통령이 임명
4일 한국은행과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달말 한은이 금통위원 추천기관인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대한상공회의소에 차기 금통위원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는 다음달 20일 정해방, 하성근, 정순원, 문우식 위원이 퇴임하는데 따른 것으로 정해방 위원은 기재부가, 하 위원은 금융위가, 정순원 위원은 대한상공회의소가 각각 추천한 인물이다. 문 위원은 한은이 추천했다.
한은 금통위는 총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당연직인 총재와 부총재를 비롯해, 기재부, 금융위, 대한상의, 한은, 은행연합회 추천 위원 등으로 구성된다. 임기는 4년(부총재는 3년)이다.
한은법에 따르면 금통위원 임기만료 30일전까지 각 추천기관에 후임 추천을 요청해야한다. 한은은 통상 법정시한 2~3주전쯤 추천기관에 관련 공문을 보내온바 있다. 이에 비춰보면 이번 공문발송은 과거에 비해 1~2주 빠른 셈이다. 다음달 4명이 한꺼번에 퇴임한다는 점에서 한은이 통상보다 빨리 임명절차를 추진한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달말 한은법에 따라 추천해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추천기관에 보냈다. 평상시보다 좀 빠르다”고 전했다.
이후 절차는 추천기관들이 후보의 이름과 약력 등을 첨부해 한은에 공문을 보내면 한은은 이를 취합, 인사혁신처에 임명요청 공문을 발송하게 된다. 이후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결정해 각 기관에 통보한다.
◆ 사실상 요식행위..대통령 의중이 중요
다만 이같은 절차가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후 절차에 대해 법이나 규정에서 정한바가 없는데다 사실상 임명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 대한상의 추천이 2년여간 미뤄진 전례도 있다. 박봉흠 위원 임기가 끝난 2010년 4월24일 이후부터 후임자인 정순원 위원이 임명된 2012년 4월21일까지 금통위가 6명 체재로 운영된바 있어서다.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대한상의 회장을 불러 왜 인선하지 않느냐를 따져묻는 질문에 대한상의 회장은 “청와대에서 (추천자를) 정해주지 않아 못하고 있다”고 답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같은 관행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2014년 5월13일 임명된 함준호 위원 임명당시 당시 추천권자인 은행연합회도 대한상의와 같은 요지의 언급을 한 바 있기 때문이다.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들은 “임명권자인 대통령 의중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다만 최근 추천기관의 추천권을 인정하는 분위기라는 점에서 추천기관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고 전했다.
또 각 추천기관장이 누구냐라는 권력관계도 인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소위 권력실세일 경우 대통령에게 뜻을 관철시킬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앞선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김중수 총재 시절 김 총재가 당시 대통령인 MB와도 친분이 있었다는 점에서 (당시 문우식 위원 추천을) 뜻을 관철시킬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벌써부터 일부 인사 물망..총선, 인수위 경제1분과 변수도
금통위원은 2억6670만원의 연봉(2014년 기준)과 비서, 체어맨급 자동차 등이 지급된다는 점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희망하는 사람이 많아 청와대부터 한은이 있는 남대문을 지나 다시 청와대까지 줄을 섰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다만 벌써부터 몇몇 인물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우선 금융위원회 추천 몫으로 고승범 금융위 상임위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도 거론된다. 2013년부터 대통령자문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현 정부와 끈이 닿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학계에서는 이지순 현 경제학회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와 김정식 전임 경제학회장이자 연세대 교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반면 올 4월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데다 그간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 시절 경제1분과 위원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총선 후보에서 낙마하는 인사에 대한 자리마련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대통령인수위에 참여했던 은성수 당시 기재부 국제금융심의관은 최근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홍기택 당시 중앙대 교수도 산업은행 회장을 거쳐 2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부총재로 화려하게 이력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총선 등 정치적 일정도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