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진화하는 인공지능인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1국을 통해 한층 성장해 앞으로 이 9단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다행이도 이번 대국 결과를 바로 업그레이드하는 건 아직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알파고가 지난해 10월 판후이 2단을 꺾었을 때의 실력은 이정도가 아니었다. 당시 5국의 기보를 모두 본 이 9단 역시 “아마추어 최고 수준 정도로 보여진다”며 “프로의 실력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알파고는 판후이와의 대국 이후 프로 바둑기사의 기보 10만건 이상을 철저히 분석했다. 스스로 흑백을 나눠 자체 대국을 진행하는가 하면 알고리즘을 추가로 탑재했다. 특히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의 바둑 고수들과 모의고사를 치르기도 했다.
그 결과, 알파고는 단 5개월만에 엄청난 속도로 발전했다.
알파고의 발전은 인공지능 업계에서 화두인 ‘딥러닝’의 성과다. 딥러닝이란 많은 데이터 속에서 컴퓨터가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일종의 자가학습을 의미한다. 사람이 어떠한 명령을 따로 내리지 않아도 컴퓨터 자체적으로 결과를 도출해낸다는 점에서 인공지능 기술 발전의 정점으로 꼽힌다.
딥러닝의 발전 덕에 알파고는 인간의 직관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대국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최적의 수를 ‘스스로’ 찾는 것이다.
알파고가 이 9단에게 이길 정도로 레벨이 오른 것은 무념무상한 기계라는 특성도 많이 작용했다. 김성룡 9단은 “알파고는 시종일관 실수해도 냉점함을 유지하는 모습이 특이하다”며 “전혀 인간처럼 두지 않고, 프로의 감정을 배제한 바둑을 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1국을 이겼다고 해서 남은 경기를 알파고가 다 가져간다는 보장도 없다. 전날 있었던 대국의 정보를 다시 프로그래밍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새로운 법칙을 단 며칠 만에 알파고가 학습할 수 없기 때문에 1국이 전체 대국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