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국민기업 포스코⑩] 실세들의 권력투쟁…지난달 19일 이사회 ‘막전막후’

입력 2016-03-10 10:02 수정 2016-03-1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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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성향’ 발목‘제3권력’ 개입설…사내이사 물먹은 황은연

▲황은연 사장(사진제공 포스코)
▲황은연 사장(사진제공 포스코)
지난 2월 19일, 포스코그룹의 영빈관으로 불리는 포항 지곡동 ‘청송대’ 일대가 미묘한 긴장감에 휩싸인다. 포스코 사내외 등기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이사회가 이곳 청송대에서 열린 것이다. 황은연 사장과 최정우 부사장을 놓고 등기이사 후보 추천 줄다리가 시작된 오후 4시를 기점으로 긴장감은 절정에 달했다.

같은 시각, 청송대 입구에는 포스코동우회가 1990년 설립한 포스메이트 직원 10여 명이 언론사 취재진으로 의심되는 행인을 대상으로 신분 확인 절차를 강화한다. 포스메이트는 서울 포스코센터를 비롯해 포스코 계열사 사옥과 연구소, 공장 등의 운영관리를 맡고 있는 일종의 용역업체로 포스코 퇴직 임원들이 추축이 돼 설립된 회사다. 이에 일감몰아주기와 전관예우 등 갖가지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는 계열사로 대표적인 곳이다.

이날 본지 취재진은 평소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청송대 산책길을 따라 이사회에 열리는 본관 건물 외관 촬영에 나섰다. 그러나 포스메이트 직원들의 제지로 인해 끝내 촬영이 무산됐다.

이처럼 청송대 일대가 삼엄한 경비와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제한하는 등 긴장감이 흐른 것은 이날 이사회 결과에 따라 포스코 권력 구도에 일대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중심은 2월 1일 사장으로 승진한 황은연 경영지원본부장이다. 황 사장 승진으로 2인 체제였던 포스코 대표이사 체제가 3인 체제로 갈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이에 이날 이사회 전까지 황 사장의 사내 등기이사 후보 추천 전망은 당연한 것 처럼 받아들여졌다. 다만 일부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거론하고 있던 황 사장을 중심으로 한 포스코 전 현직 경영진의 정경유착설이 그나마 걸림돌이었다.

황 사장 역시 등기이사 후보 추천을 당연한 결과로 기대했던 것일까. 그는 이사회가 열리는 전날인 18일부터 포항을 찾아 포스코 현지 관계자들과 잇따른 회동을 통한 관계 형성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이날 오후 8시에 끝난 이사회는 격론 끝에 황 사장 대신 최정우 부사장을 등기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파격적인 결과를 내놓았다. 사외이사들을 중심으로 황 사장의 정경유착설에 큰 부담을 느낀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사회가 진통끝에 황 사장을 등기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것에 의견을 압축했지만, 막판 외부에서 전달된 ‘상황이 좋지 않다’는 메시지 하나가 상황을 반전시켰다는 얘기가 나돈다.

결국 황 사장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력 개입설에 대한 비판 여론에 부담을 느껴 황 사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유보하자, 포스코 안팎에선 메시지를 전달한 제3의 권력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이제 관심은 포스코 권력 구도를 재편한 이사회를 넘어 11일 열리는 주주총회로 다시 압축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첫 적자와 함께 내부 직원의 폭로로 이어지고 있는 경영진의 정경유착설 등 이번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포스코 내부 권력 구도 판이 재구성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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