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22일 예정이었던 건강보험 자산운용 강화 대책 발표가 돌연 취소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재부는 이날 보도자료 배포 계획을 변경하고 예정돼 있던 브리핑도 취소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관계기관 간 협의할 사항이 더 있어 자료 배포를 취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보건복지부가 제동을 건 것으로 확인됐다. 각 부처의 의견 조율이 막판까지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재부가 건강보험 자산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발표하려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자금을 대상으로 할지 구체화되지 않은 아이디어 수준에 그친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획재정부가 건강보험 자산을 장기적으로 운용하고, 자산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려 했지만,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건강보험은 단기자금이므로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이 수입과 지출을 1년 단위로 맞추는 단기 자금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안정성 기반으로 수익성을 올리되,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기존 1년 미만의 단기성 자금 중심 운용 기조에서 중기성 자금 중심으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건강보험은 기금이 아님에도, 기재부가 건강보험 자산에 손을 대려는 까닭은 17조원에 가까운 누적 적립금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건강보험 누적 흑자는 16조8721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법에 의해 건강보험 자산 운용은 저위험 자산으로 투자 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건강보험은 일반 국민으로부터 걷는 보험료에서 80%, 정부 일반회계 지원에서 14%, 담뱃값에서 나오는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6% 수입을 확보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일부를 국가가 지원하도록 한 법률 규정은 올해 말 만료된다.
누적 적립금 규모가 크지만 이것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은 변수다. 앞서 기재부는 2060년까지 우리나라 장기 재정을 전망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2016년을 정점으로 꺾여 2022년 적자를 보게 되고, 2025년에는 고갈 사태를 맞을 것으로 추산했다.
보건의료단체 역시 이 같은 추진 방안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은 “건강보험은 매년 수입과 지출을 맞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보험요율을 결정하는 것으로, 흑자인 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며 “건강보험은 기본적인 전제가 기금이 아니므로 흑자를 봤다면 가입자들에게 혜택을 더 주거나 보험료를 낮추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