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해갈을 위해 보령댐 도수로 공사에 앞장섰던 수자원공사가 600억원이 넘는 공사 비용의 대부분을 정부 대신 떠맡게 됐다. 금강 백제보와 보령댐을 잇는 도수로공사는 지난해 충남지역의 가뭄이 극심해지자 예비타당성조사까지 생략하고 정부가 긴급하게 추진했던 사업이다.
특히 지난해 9월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는 도수로 공사에 따른 사업비 625억원을 전액 국비로 투입하기로 결정하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수자원공사에 이를 일임했다.
그러나 당장 예산편성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수자원공사가 사업비를 우선 지원하고 추후 정부가 이를 보전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됐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결정은 기획재정부 예산 심의과정에서 사업비의 상당부분을 수공이 분담하도록 변경됐다.
이는 도수로 시설이 수도ㆍ댐 시설의 일부이기 때문에 수공이 이용 편익을 얻는 만큼 건설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기재부의 판단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도수로 시설 설치에 따른 보령댐의 생활용수와 전력판매 수익을 사업비용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재부는 예비비 등의 예산편성을 통해 수공에 지급할 비용으로 전체 사업비의 50%인 약 300억원 정도만 마련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사업비를 부담한 수자원공사와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입장은 난감한 입장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625억원의 사업비 중 기재부가 당초 30% 정도만 부담하자고 논의한 것으로 안다”면서 “신설된 도수로는 가뭄 상황에 한시적으로 이용하는 시설이라 보령댐 수위가 올라가면 수질이 낮은 도수로 물을 이용할 이유도 없는데 수공이 사업비의 대부분을 부담하는 것은 억울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총사업비가 640억원에 달해 수공이 이미 15억원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수공은 도수로로 끌어올린 물을 인근 농업용수로 무료 공급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공사와 국토부 안팎에선 정부를 대신해 발벗고 나선 수공이 되레 더 큰 불이익을 맞았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이같이 사업비 부담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자 기재부는 산하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사업비 분담비율에 대한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용역결과는 4월 말쯤 나올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기재부가 예산배정을 통해 사실상 사업비 지급을 최대 50%로 제한한 상황에서 KDI의 용역결과가 상황을 크게 반전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지난달 22일 통수식(通水式)을 개최한 보령댐 도수로는 21.9㎞의 관로를 통해 하루 최대 11만5000톤의 물을 백제보에서 보령댐으로 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