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기획_여성기관⑦] “여성 1인가구 집중… 가족구조 변화 맞춰 복지 디자인”

입력 2016-03-31 17:47 수정 2016-04-0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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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가 서울 대방동 여성가족재단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가 서울 대방동 여성가족재단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저희는 1인 여성가구(여성가족)에 집중합니다. 지금은 1인 가구에 대한 개념도 없기 때문에 복지 지원 체계가 디자인돼 있지 않아요. 그러니 세대별 1인 가구 여성의 삶을 연구해 다양해지는 서울 여성가족에 맞는 맞춤 정책을 제공하는 게 임무입니다. 우리 재단은 서울의 여성가족이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싱크탱크로서 500만 서울 여성이 사랑하는 ‘서울시 여성·가족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합니다.”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가 말하는 올해 핵심 목표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서울시 여성들의 삶의 질을 올릴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정책을 제시해 더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1인 가구 비중이 상당히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원 정책은 3~4인 가족(부모, 자식) 중심인 현실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연령대별 필요를 고려해 새로운 복지 체계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약 15년 뒤인 2030년이 되면 서울의 가족 구조는 1~2인 가구가 전체의 60%가 넘고, 60세 이상 가구도 45%나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연령별로 보면 △2030세대는 일자리와 거주문제로 인한 일·가정양립의 부담 △3040세대는 부부간의 갈등으로 인한 이혼 △4050세대는 건강과 노후준비, 거주문제, 일자리 △6080세대는 사별 등 다양한 이유로 혼자가 됩니다. 정책도 현실에 맞춰 변해야죠. 현장의 소리를 듣고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시민과 소통하면서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려 합니다.”

강경희 대표는 늘 현장에 있었고, 그 안에서 해답을 찾으려 해 왔다. 그래서 시민을 직접 만나 소통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정책 연구 과정에 필수적 단계로 포함시킨다. 그래서인지 그는 취임식 날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취임한 그는 재단 직원들과 제대로 인사할 겨를도 없이 서울시 여성정책안 발표 회의에 참석해 여성계의 이야기를 듣고 오후에는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재단 자체행사도 챙겼다.

“의도적으로 여성의 날에 첫 출근을 한 것은 아니에요. 여성의 지위 향상과 권익 보호를 위해 용기있게 나선 선배 여성들의 외침을 기리는 날에 취임하다 보니 무언가 나에게 소명을 새겨주는 느낌이었어요.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습니다. 치열한 현장이 제가 빠르게 적응할 수 있게 도왔죠.”

강 대표는 반평생을 비정부기구(NGO)에 몸담고 있던 활동가였다. 응용미술 교육학과 출신인 그가 미술 선생님이 아닌 사회운동가를 꿈꾸게 된 데는 대학시절 가톨릭학생회 활동의 영향이 컸다. 그 인연으로 대학 졸업 후 국제가톨릭학생운동 아시아 사무국의 실무자로 홍콩에서 약 4년간 근무했다. 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일했던 경험이 기회가 돼 한국여성재단 사무총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본격적으로 여성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된 것은 한국여성재단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예요. 처음부터 여성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죠. ‘성찰’이라는 측면에서 종교와 여성주의는 통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주의는 자기 성찰을 중심으로 만들어가고 진솔해야 합니다. 그 부분을 종교를 통해 많이 훈련하면서 여성주의적 성찰을 잘 받아들이고 하게 됐어요.”

강 대표가 여성운동에 매력을 느끼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긴 했다. 한국여성재단에서 모금·배분 업무를 하면서 다양한 여성단체를 만나게 됐을 때였다. 돈을 주는 곳에 지나치게 저자세인 일부 기관과 달리 여성단체들은 지원을 받으면서 굉장히 당당했고, 자기들의 활동과 운동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는 게 느껴졌다고 했다. 강 대표가 모금 활동하면서 늘 강조하던 ‘주는 손은 겸손하게, 받는 손은 당당하게’라는 말과 딱 맞아떨어지는 색깔을 가진 집단이었던 것이다.

“내 돈을 주는 것이 아니기에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주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용할 돈이니 당당하게 받는 게 맞죠.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단체가 대신해주니까요.”

이제 강 대표는 이 같은 가치관과 경험을 만들어준 NGO를 떠나 촘촘하게 짜여진 관계 속에 놓인 기관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제 역할을 잘 해내야한다.‘다수가 원하는데 답이 있다’ ‘직원에게 지시할 때 일을 내리지 말고 미션을 내려라’ 이는 강 대표가 말하는 그만의 리더십이다. 단순한 일도 업무의 의미와 특성을 이해하고 접근하면 미션이 된다는 것이다. 미션은 아무리 무겁고 힘든 것이라도 기쁘게 수행하는 힘을 갖게 한단다.

“막중한 소임을 맡아 어깨가 무겁지만, 멋진 여성들과 함께 성 평등한 서울을 만들어 보리란 기대로 설레기도 합니다. 재단에 가장 중요한 기능은 서울시 여성과 가족을 위한 정책 생산 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이죠. 이미 잘 만들어진 틀을 잘 보전해 필요한 정책을 생산해내고 현장 밀착형 수요를 발굴해서 정책화하는 작업을 할 것입니다. 재단을 드나드는 여성들이 이곳을 통해 위로받고, 휴식을 취하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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