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올뉴 K7’과 르노삼성 ‘SM6’의 초반 판매 돌풍에 중형·준대형차 시장 판도가 뒤흔들리고 있다. 샐러리맨의 로망으로 불리던 ‘쏘나타ㆍ그랜저’로 이어지는 국내 대표 세단의 입지가 빠르게 약화되는 분위기다.
3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의 SM6가 출시 첫 달 하루 평균 약 230대가 팔리며 약 7000대의 판매고를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르노삼성의 단일 모델로는 월 평균 최대 판매량이다. SM6의 사전계약은 2만대를 돌파했다.
기아차의 K7은 지난달에 이어 이달까지 2개월 연속 계약 건수가 1만대에 이르고 있다. 사전계약을 시작한 지난 1월 7500대, 2월 1만400대, 이달말에도 최대 1만대의 사전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관계자는 “ 이같은 속도라면 이달 말까지 3월 계약대수 1만대 돌파가 유력한 상태”라며 “이달 말까지 누적 계약대수가 2만8000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K7은 지난달 구형과 신형을 합쳐 총 6046대가 팔렸다. 기아차 준대형 세단 최초로 월간 최다 판매 모델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한국GM이 지난해 9월 내놓은 준대형 세단 ‘임팔라’도 월평균 1600여 대가 팔리며 출시 6개월 만에 판매량 1만대를 돌파했다. 이달에도 약 2000대 가량의 출고를 앞두고 있어 임팔라의 호실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처럼 K7과 SM6의 선두 경쟁과 함께 주춤했던 임팔라가 뒷심을 발휘하자,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준대형 세단 그룹인 현대차의 쏘나타ㆍ그랜저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올해들어 쏘나타와 그랜저의 판매고는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해 12월 한달 1만2678대가 팔리던 쏘나타는 지난달에는 절반 수준인 6200대에 그쳐다. 통상 전체 판매량의 30%에 해당되는 택시모델 비중을 감안하면 감소세는 더욱 뚜렷해진다. 그랜저 판매량은 쏘나타보다 더욱 위축됐다. 지난해 연말 한 달에 1만1200대가 팔리던 것이 지난달에는 3800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시장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쏘나타ㆍ그랜저 중심으로 짜여진 국내 중대형 세단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쏘나타ㆍ그랜저와 수입차의 가격 차이가 적어진 것도 한 원인”이라며 “쏘나타는 그나마 택시모델 수요가 뒷받침하겠지만, 그랜저의 경우 올해 연말 6세대 신형 교체 이전까지 고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