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대기자의 부동산 맥짚기』
최근 외국계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평택 미군부대 부근에 짓고 있는 미군용 임대주택을 분양받아도 좋으냐고 물었다.
그 친구는 조만간 은퇴를 한다. 노후대비를 위한 수익형 상품을 찾고 있는 중이었던가 보다.
이 친구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은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 봉급처럼 매달 꼬박꼬박 임대료가 들어오니 그런 상품에 구미가 당길만 하다. 수익형 부동산은 주로 주거용 오피스텔ㆍ원룸주택ㆍ분양형 호텔ㆍ상가 등이 주류를 이뤘다.
미군 대상 임대주택은 한때 서울 용산이나 이태원 근처를 비롯한 전국 미군부대가 있는 곳에서 성시를 이뤘다. 평택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평택시 팽성읍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미군부대가 대거 이곳으로 이동하는 작업이 벌어지고 있어 주택임대시장 열기는 매우 뜨겁다. 미군 부대 이전계획이 발표되면서 팽성 일대는 미군용 임대주택 건축 붐으로 곳곳이 공사판이다. 1,000가구에 달하는 미군 임대 전용 아파트단지가 조성 중이고 3~4층 규모의 빌라와 단독주택 단지도 수없이 건설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이곳은 올해부터 3년간 미군 이동이 진행되고 있어 임대수요가 풍성하다. 유입되는 인구는 미군만 2만명 정도이고 군무원과 가족까지 치면 약 5만명 수준이라는 게 지역 부동산업자들의 얘기다.
2년전 미군 관계자는 주택이 8,000가구 정도 부족하니 많이 건설해 달라고 평택시에 주문까지 했을 정도다.
물론 400여만 평에 달하는 새로운 미군기지 안에는 미군이 거주할 주택이 엄청나게 건설된다. 대부분의 병사들은 기지 내 막사에 생활하고 바깥 민간주택에는 하사관ㆍ장교ㆍ군무원 등이 거주하게 된다.
친구가 분양을 받으려는 주택은 미군기지에 좀 떨어진 충남 아산시 둔포면에 추진 중인 타운하우스형 임대주택 상품이다.
세밀히 분석해봤다. 총 8,700평의 부지에 3차에 걸쳐 1,000여 가구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1차로 대지 150평에 1층 33평,2층 27평 등 연면적 60평짜리 타운하우스 55가구를 분양 중이다. 시행사는 지역 건설업체이다.
분양가는 4억5,000만원이며 3억원은 금리 3.5%의 융자로 충당할 경우 실제 투자금은 1억5,000만원이다.
임대료는 연간 일시불로 3만6,500달러다. 우리 돈으로는 4,200만원 가량 된다. 여기서 대출금 이자 연간 1000만원을 제외하면 임대수익은 3,200만원이다. 순 투자금 대비 수익률은 21%로 굉장히 높은 수치다. 더욱이 2년간 회사 측에서 무료로 관리를 해주고 나중에 집을 팔고 싶으면 분양가로 회사가 우선 매입해 주는 조건같이 붙어 있어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정말 환상적인 상품이다. 분양 관계자의 설명대로 라면 실컷 임대사업을 하다가 건물이 헐어 임대수요가 줄어들 쯤에 회사 측에 분양가로 넘기면 아무런 손해가 없다.
정말 그럴까.
몇가지 의문을 짚어보자. 우선 임대료다. 임대료는 미군측에서 계급별로 정해 놓은 게 있다. 전문직 군무원에 대한 임대료 지급금은 대충 회사측이 밝힌 금액쯤 되지만 1년 내내 공실이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대략 2년마다 갱신할 때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기 전 1~2개월은 공실이 생기는 경우가 발생하고 내부 손질을 해야 시간도 필요하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2개월 치 임대료는 공실에 따른 손실과 각종 비용으로 나간다고 보면 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다음은 회사가 환매를 해주는 조건은 함정일 가능성이 크다. 건물에 대한 감가상각 분에 대한 금액을 공제한 뒤 사준다면 몰라도 분양가로 되 사준다는 것은 사업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럴 수가 없다는 뜻이다.
설령 분양 촉진을 위해 그런 조항을 약속했다고 해도 개발회사가 중간에 없어지면 아무 소용이 없다.
미군이 언제까지 한국에 주둔할지도 변수다. 분양 관계자는 SOFA 규정에 따라 2060년까지 미군 대상 임대사업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급변하는 세계정세를 감안하면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적어도 10년 임대사업을 통해 본전을 회수하면 대 성공이다. 대출금 이자와 각종 비용(2개월치 임대료 700만원)을 공제한 연 순 임대료는 2500만원이다. 10년이면 2억5,000만원이다. 순 투자금 1억5,000만원으로 이만한 투자 상품 찾기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계약률이 60% 선이라고 하니 이렇게 좋은 상품인데도 왜 완판 성공을 하지 못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한번 더 점검해보자.
앞으로 임대주택이 계속 건설될 경우 공급과잉으로 인해 공실이 많이 생길 수 있다. 새집이야 좀 덜 하겠지만 준공 후 5년 이상이면 헌집으로 인식돼 세입자 채우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다음은 미군이 감축될 경우다. 앞으로 각종 군사 장비가 첨단화되면 민군 감축얘기가 나오지 않겠는 싶다.
또 한가지는 고급장교나 군무원은 외진 곳보다 도시 내에서 생활하는 것을 더 선호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평택시가지 안이나 팽성읍 내에 있는 주택을 더 좋아할 경우 외곽지대의 주택단지는 임대수요가 그만큼 줄어들 공산이 크다.
물론 시내 주택보다 좋은 점도 있다. 미국인이 좋아하는 2층 테라스 하우스이고 미국인만 사는 대단위 주택단지라는 것은 강점이다. 만약 주변에 공단이 개발될 경우 미군이 아닌 한국인 주택으로도 활용가치가 높다.
그렇게 된다면 이런 상품을 적극 권장하고 싶다. 하지만 조건이 너무 좋아도 의심을 받는다.
분양 관계자 말대로 라면 사업자나 분양 관계자 주변에서 서로 달라고 야단일 터인데 아직도 분양 중이라니 뭔가 이상하지 않는가.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