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문재인 VS 김종인, 그 싸움의 ‘상식’

입력 2016-04-2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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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싸움이 있다. 일반적인 싸움에서는 이기는 자가 모든 걸 취할 정도는 아니지만 최소한 어느 정도의 이득을 보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대표 간 갈등 양상을 보면 일반적인 싸움의 상식이 들어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대표는 22일 만찬 회동을 가졌다. 그런데 문제는 만찬 회동이 끝난 이후에 두 사람의 말이 달랐다는 데서 비롯된다. 회동 이후 문재인 전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김 대표와 만나 당 대표 합의 추대는 어렵고, 오히려 대표를 하게 되면 상처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불출마를 권유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김종인 대표는 “전당대회에 내가 출마하면 상처를 받게 될 것이라는 말을 (문 전 대표가) 한 적이 없다. 더 이상 문 전 대표를 개인적으로 안 만날 것이다. 믿을 수가 없다”고 말하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확실한 사실은 싸움의 과정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의 주인이라는 점이 더욱 부각됐다는 것이다. 지난번 비례대표 파동 때 김종인 대표의 당무 거부 사태를 중지시키는 과정에서도 확인 됐는데, 이번에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말이다. 이 점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큰데,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전과 총선 이후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쇄신이 필요한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친노, 친문의 입장에선 손해 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민주적 정당 운영을 외쳤던 더민주의 입장에선 당의 주인이 나서 문제를 정리하는 모습을 결코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회동 바로 전날인 21일, 문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직전 대표로서 당내 현안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김 대표와 만나 ‘김종인 추대론’을 없던 일로 만든 셈이 됐다. 지난번 총선 전에 호남에 가서 호남의 지지를 못 받으면 대선 후보는 물론 정계 은퇴를 하겠다고 했다가 총선 직후부터 말이 바뀐 사례를 연상하게 하는 부분이다. 이런 현상이 자꾸 반복되다 보면 대선 후보로서의 이미지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번 싸움의 승자는 분명 문재인 전 대표이지만, 싸움에서 손해를 본 이 역시 문재인 전 대표라는 이상한 논리가 성립되는 것이다.

반대로 김종인 대표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이기에 당연히 지겠지만 역설적으로 손해를 보거나 잃은 것이 없는 사람이 되고 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런 싸움을 계속할수록 손해 보는 쪽은 문재인 전 대표와 친노, 친문 측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문재인 전 대표나 친노, 친문 측이 손해를 보고 싶지 않다면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일단 숨을 고를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인정할 것은 인정하라는 측면은 이번 총선에서 김종인 대표의 이미지 덕분에 중도층 표의 일부가 더민주로 올 수 있었다는 점을 말한다.

호남에서의 실패는 김종인 대표의 국보위 전력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의 전력에도 불구하고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한 이들이 궁극적으로 책임을 질 일이고 또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호남 유권자들의 서운한 감정도 호남 참패에 한몫했다는 사실 역시 잊어서는 안 된다. 어쨌든 그래서 나오는 말이 전당대회 연기론이다. 그렇지만 전당대회만 연기해 놓고 친문이나 친노 측이 계속 김종인 대표 흔들기를 시도한다면 전당대회 연기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없을 것이다. 분명한 점은 이번이 친노, 친문 세력의 합리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이다. 합리적 정치조직만이 궁극적으로 살아남는다는 차원에서 이들의 행동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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