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를 영국 런던과 홍콩, 미국 뉴욕에서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아람코의 기업공개(IPO) 전망에 시장은 물론 사우디의 기대감은 높지만 당초 추산된 기업가치 2조5000억 달러(약 2920조원)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사우디는 오는 2016년이나 2017년에 런던과 홍콩 뉴욕 증시에 동시 상장할 방침이며 영국 BP와 미국 엑손모빌, 중국석유화학집단공사(시노펙) 등 글로벌 석유업체들의 전략적 투자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투자의 대가로 탐사와 채굴 등 장기 사업을 보장하는 대신 가스 탐사와 석유 증산 및 셰일 석유 개발 등 분야의 신기술을 전수받는다는 전략이다.
앞서 모하메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 부왕세자는 지난달 25일 석유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경제 개혁안 이른바 ‘비전2030’을 발표했다. 당시 모하메드 왕세자는 아람코의 IPO에 나설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그는 아람코의 기업가치가 2~3조 달러에 이르며 IPO를 통해 지분 5%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1000억~15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인 것이다.
그러나 현 국제유가 수준과 사우디 정치적 상황, 사우디 석유 생산의 기술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사우디가 기대하는 수준의 IPO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아람코와 같이 정치상황에 민감한 국영기업의 경우 높은 가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카마르에너지의 로빈 밀스는 아람코의 시장가치가 2500억~4000억 달러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열티 20%와 세금 85% 제외하면 2600억 배럴에 달하는 아람코 추정 매장량의 실제 가치라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도 국영 에너지업체 로스네프트도 2006년 런던증시 상장 당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자금을 조달했다고 텔레그래프는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아람코의 기업공개는 향후 오일붐이 일어났을 때만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제유가로는 사우디가 배당금을 지급하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중동지역이 수니-시아파 이슬람 종파 간 분쟁에 따른 사우디 국가 자체의 안보적 취약성도 아람코의 매력을 떨어트린다는 지적이다. 아람코 석유 매장량은 상당 부분 시아파 거주 동부 지역에 있다. 사우디는 수니파다.
한편, 사우디는 국내와 해외 3곳의 증시에 상장할 방침이나 미국의 경우 최근 의회가 9·11테러 피해자의 사우디에 대한 피해보상 소송을 허용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어서 뉴욕을 피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