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취업을 앞둔 기자가 당시 멘토였던 모 대기업 인사담당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취업 준비의 기준을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그룹의 방식으로 잡으라는 조언이었다.
실제 삼성은 2008년 상반기 공채부터 ‘영어 말하기 시험’을 도입했는데, 2009년부터 주요 그룹들도 이 시험을 적극 도입했다.
3월 시작된 주요 그룹사들의 상반기 채용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5월의 막바지다. 공고를 살펴보면 각 기업들은 사명이 다르듯 추구하는 인재상도 다르다. ‘서류전형→인·적성검사→면접’으로 진행되는 ‘채용 플랫폼’의 큰 테두리는 한결같다.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취준생들이 ‘스펙 00종 세트’와 ‘인·적성 동영상 강의’에 목을 매는 이유다.
인크루트가 자사 취준생 회원 2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적성 검사에 대한 조사 결과, 35.6%는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21.9%가 결과의 공정성에 의문을 품었다. 기업이 이 점수를 어떤 방식으로 반영하고 변별력을 어디에 뒀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해 삼성그룹은 이러한 사회적 비용 낭비 등의 문제를 야기했던 SSAT(삼성직무적성검사)의 허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서류전형을 부활하고 직무적성검사 이름을 GSAT로 바꿔 변화를 알렸다.
직군별로 다양한 채용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 면접 등 채용제도 개편을 단행했지만 지난달 GSAT 현장에서 만난 한 취준생은 “기존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21세기 생존을 위해 변화를 외치지만 인재 채용은 20세기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식 공채 문화를 한 번에 바꾸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에 삼성의 어께가 무겁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하면 기준이 된다’는 통념이 자리잡고 있다. 채용 역시 삼성의 방식을 따라가는 경향이 짙다.
GSAT를 시작으로 삼성 인재 채용 혁신에 도화선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