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 가족이 임직원으로 등재돼 이른바 ‘가족기업 운영’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스카이레이크에 대한 연기금 고위 관계자의 반응이다.
사모펀드가 국내 자본시장의 소방수로 부각되면서 수많은 스포트라이트는 물론 그들의 투자 행보 하나 하나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근래 봇물을 이루는 인수합병(M&A)과 기업 구조조정에서 사모펀드의 입김이 점차 세지는 실정이다. 또한 내로라하는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일임 자금을 위탁받아 고도의 전문성으로 수익률을 내면서 큰손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 사모펀드가 질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이 설립해 널리 알려진 중견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의 경우 진 대표의 세 자녀는 물론 금융권 경험이 전혀 없는 부인까지 온 가족이 펀드 운용역 및 주요 임원으로 등재 됐다. 관련 소식을 접한 업계와 기관투자자들은 투자 전문성 훼손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크다며 우려를 전했다.
이에 대한 본지의 지적이 이어지자, 스카이레이크는 애초 온 가족이 등재된 홈페이지 내 팀 멤버 프로필 코너를 아예 삭제한 상태다.
스카이레이크 외에 또 다른 PEF들의 경우도 금융 경험과 전혀 무관한 부인 등 가족을 내부 요직에 선임하는 사례가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도로 선진화된 투자 기법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사모펀드의 속살을 까놓고 보면 전근대적인 가족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A연기금 CIO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본인이 지분을 100% 투자한 사모펀드를 설립해 가족을 비롯, 지인 등을 선임하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 오너의 마음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며 “그러나 전문성 없는 가족 등 지인들로 사모펀드를 운영하려면, 미국같이 패밀리오피스로 운영되는 사모펀드처럼 철저히 자신들의 자금이나 지인들의 자금만을 위탁해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공적인 자금을 운용하는 사모펀드 등 위탁사는 투자전략, 철학의 투명성과 지배구조 역시 점차 중요해지는 추세”라며 “성과가 아무리 좋아도 이 같은 기본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자금을 출자하는 기관 입장에선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근 사모펀드들이 국내 자본시장과 금융권에서 자리를 잡고 뻗어나가는 중요한 시험대에 서 있다.
하지만 오너들이 잇속만 노려 내 가족만 우선 챙기고 보자는 천민자본주의는 자본시장 핵으로 떠오르는 사모펀드들의 신뢰를 갉아먹기 충분하다.
확고한 투자 원칙은 사유화되지 않을 때 비로소 지켜지는 것이다. 사모펀드들이 진정한 자본시장의 키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이제라도 공적인 자금을 사적인 펀드로 운용해도 좋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