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중국 사업 자금 통로를 담당했던 롯데쇼핑홀딩스를 비자금의 핵심 창구로 주목하고 있다. 롯데쇼핑홀딩스는 2011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을 시작하면서 중국 사업 확장의 물꼬를 튼 창구 기업이다.
15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중국 사업 부실규모가 약 4조 원대로 추정되면서 롯데쇼핑홀딩스를 중심으로 수천억 원대의 횡령과 배임 의혹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는 롯데 계열사 중 유통을 비롯해 식음료·화학·물류분야 등에 걸쳐 대부분의 기업이 중국에 진출해 있는 상황에서 이들 계열사 투자금이 롯데쇼핑홀딩스를 통해 중국 사업에 투입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롯데가 계열사 자금을 롯데쇼핑홀딩스를 거쳐 중국에 투입한 뒤 중국 사업의 손실을 과다하게 책정, 차액을 비자금으로 조성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롯데쇼핑이 홍콩에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롯데쇼핑홀딩스는 앞서 신 회장의 인수합병(M&A) 경영에 선봉장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2014년 약 3500억 원의 대규모 적자를 보이면서 신 회장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올랐다. 앞서 지난해 불거진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 역시 주요 배경으로 롯데쇼핑홀딩스의 부실을 초래한 중국 진출사업이 한몫했다.
신 회장이 지금까지 롯데쇼핑홀딩스에 출자한 자금만 1조 원에 달한다. 2009년 중국 내 65개 마트를 가진 타임즈를 인수할 당시 7400억 원을 출자한 이후 최근 3년 동안 약 3000억 원을 추가로 출자했다. 그러나 중국 내 내수부진으로 롯데쇼핑홀딩스의 장부가 추락이 시작됐다. 2012년 1조547억 원에 이르던 롯데쇼핑홀딩스 장부가는 2013년 9217억 원, 2014년 7201억 원으로 2년 만에 3345억 원이 빠졌다. 결국 롯데쇼핑의 손상차손으로 이어졌다.
롯데그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 투자금은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한 롯데건설,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케미칼 등 한국 계열사에서 끌어들인 자금으로 추진됐다”며 “이 자금들이 롯데쇼핑홀딩스릍 통해 전달됐는데 이후 자금의 흐름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는 2010년 중국 홈쇼핑 업계 3위 기업인 럭키파이를 인수할 당시 롯데쇼핑 등 유통 계열사들이 출자하는 형태로 페이퍼 컴퍼니인 LHSC를 설립해 지분 63.2%를 약 1500억 원에 사들였다. 롯데쇼핑홀딩스는 LHSC의 지분 51.09%를 소유한 최대 주주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럭키파이를 실제 가치보다 고가에 매입해 차액을 경영진의 비자금 조성에 활용했을 가능성도 추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