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대체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중심의 수익구조가 한계에 봉착하면서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대체투자(AI·Alternative Investment)’가 부상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대표적인 대체투자 상품인 부동산뿐만 아니라 항공기, 선박, 사회간접자본(SOC) 등 포트폴리오도 다양해지는 모습이다. 대체투자란 채권이나 주식과 같이 전통적인 투자 상품 대신 부동산, 인프라스트럭처, 사모펀드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NH·한국투자·현대證, 해외 부동산 투자 ‘활발’ = 지난해 증권사 최초로 대체투자팀을 신설하며 대체투자 자산 발굴에 적극적 나서는 NH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호주의 대형 할인점 울워스(Woolworths)의 본사를 매입하는 등 해외 부동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밀리니움인마크자산운용과 함께 호주 시드니에 있는 호주 울워스 본사 사옥을 부동산 펀드 수익증권 형태로 지분 매입한 NH투자증권은 이번 투자를 통해 연 6.7%의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FG자산운용과 함께 호주 시드니에 있는 호주 적십자 건물을 부동산 펀드 수익증권 형태로 매입하기도 했다. 호주 연방정부 산하기관인 호주 적십자가 15년간 100% 장기 임차할 예정으로 NH투자증권은 약 1000억 원을 들여 지분을 매입했으며 향후 연 7%대의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요 기관투자자들과 함께 ‘JB파워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 투자펀드로 조성한 3억2000만 달러를 미국 ‘뉴어크에너지센터’에 투자하기도 했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채권과 통화 상품을 연구하는 FICC(Fixed Income, Currency and Commodities) 리서치 센터와 함께 해외수익형 부동산, 사모펀드 등 대체투자 상품을 발굴해 투자자에게도 제공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국내 기관투자자들과 손잡고 해외 부동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나자산운용과 함께 폴란드 브로츠와프 아마존 물류센터를 약 930억 원에 매입했으며 호주 캔버라 루이사로손 빌딩 약 2070억 원, 벨기에 브뤼셀 아스트로타워 등에 투자한 것. 최근에는 밀리니움자산운용과 손잡고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의 프랑스 신사옥 선매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일본 최대 쇼핑 업체인 이온(AEON) 그룹 쇼핑몰을 매각해 200억 원이 넘는 차익을 실현한 현대증권도 해외 부동산 투자에 높은 관심을 두고 있다. 현대증권은 올 하반기 중 일본 요츠야 빌딩을 현지투자자 및 외국계 부동산 투자회사를 통해 매각을 완료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미래에셋증권이 베트남 하노이 랜드마크 72,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 사옥, 미국 하와이 하얏트리젠시 와이키키 등에 투자하고 있으며 미래에셋대우는 대치동 글래드 호텔과 미국 타임워너센터 등에 투자했다.
◇HMC·하이투자증권 등 중·소형사도 대체투자 확대 ‘적극’ = 대형 증권사들뿐만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들도 대체투자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는 부동산보다는 항공기, 선박 등 투자 포트폴리오가 좀 더 다양하다.
대체투자 부문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는 곳은 HMC투자증권이다. HMC투자증권은 해외 부동산 투자는 물론 사회간접자본(SOC), 항공기 투자 등 틈새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HMC투자증권은 2012년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유동화증권 1호 사업의 발행 주관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민간투자 SOC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HMC투자증권은 항공기 투자 시장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글로벌 물류회사인 DHL이 사용 중인 B777-200LRF 항공기에 대해 직접 투자에 나선 것은 물론 싱가포르에어, 에미레이트항공과도 대규모 투자 계약을 맺은 것이다.
하이투자증권 역시 항공기 투자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국내 최초로 세계 톱 레벨의 싱가포르 에어라인에 A380 항공기 금융 주선을 완료한 하이투자증권의 항공기 금융주선 금액은 현재 기준 4000억 원 규모에 달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하이투자증권은 선박금융(현재까지 주선금액 2조 원 이상, 선박 45척)과 ABS, 기타 기업금융 분야(CB, BW, 유상증자, 스팩 등)에도 두드러진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힘입어 대체투자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증권사도 있다. KTB투자증권이 올해 7월 투자금융본부 소속의 대체투자팀을 신설한 것. KTB투자증권은 항공기, 선박, 부동산, 인프라, SOC 등 국내외 실물자산 투자는 물론 인수 금융주선 등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수익구조 다각화를 위해 증권사들이 대체투자에 관심을 두면서 해외 부동산 투자뿐만 아니라 구조화기업금융, 자원, 메자닌, 해외대체상품 등으로 투자 영역 역시 확대되고 있다”며 “연기금,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의 관심 역시 대체투자로 쏠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증권사들의 대체투자 열풍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